민폐의 나프탈렌 인간

수상하고 수치스러운 향기

by 정몰뚜뚜



움직이는 나프탈렌이 되었다. 난 나프탈렌의 위력을 몰랐다고!


"갑자기 이게 무슨 나프탈렌 냄새야?"

"아니, 아까까지 안 났었는데 이상하네. 어디서 락스 청소를 한 건지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건가 싶어서 방금 샤워실 다 청소했어요."


다니는 동네 요가원에 갔다. 탈의실에서 스트레칭을 하는데, 카운터에 계신 스태프분이 비닐장갑을 끼고 오더니 샤워실 쪽 배수구를 닦았다. 틈틈이 청소도 하시는구나. 거울을 보며 스트레칭을 이어갔다. 그 원인이 설마 나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곧 나의 요가 수업 시간이 되었고, 이전 수업의 회원님들이 문을 나섰다. 그러고는 동시에 크게 소리쳤다. 갑자기 이게 무슨 나프탈렌 냄새야?


아.. 그것은 나인 줄 모르는, 나조차 몰랐던, 나에 대한 것이었다. 얼마 전 다이소에서 나프탈렌을 잔뜩 사서 옷장과 서랍장 곳곳에 넣어 두었다. 습기와 꿉꿉한 냄새 제거에 좋다고 하길래, 그뿐이다. 본가에서도 써본 적 없는 나프탈렌이라 잘 몰랐다.


특히 운동복이 있는 서랍장에 나프탈렌을 와장창창 때려 박았었다. 그냥 많이 사둔 김에 많이 넣어놨다. 자연스레 나프탈렌 특유의 향이 옷에 배고, 나프탈렌의 양에 비례하여 짙은 흔적을 남기고, 그러면 당연히 그 나프탈렌 옷을 입은 사람은 나프탈렌 인간이 된다. 으악!


물론 나도 그 냄새를 못 맡은 게 아니다. 리뷰에서 보니 다들 잘만 쓰길래 혹시 내가 예민한 건가 싶어서 그러려니 했다. 왠지 머리도 좀 아픈 것 같은데 적응 기간이 필요한 건가 했다. 아니었어! 과한 게 맞았다고! 모두에게 똑같이 꺼려지는 정도였다고!


그렇다.

나는 민폐의 나프탈렌 인간이다.


너무너무 창피해서 요가 수업 내내 집중할 수 없었다. 수업 중간에 선생님이 돌아다닐 때마다 당장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어찌어찌 간신히 수업을 마쳤고, 난 최대한 빠르게 뛰쳐나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내려왔다. 집까지의 짧은 5분 동안 혹시라도 누군가를 마주칠까 조마조마하며 경보하듯 날아갔다.



돌아온 즉시, 온 집에 있는 나프탈렌을 거두었고, 연루된 모든 옷들을 세탁기로 추방했다. 와. 나프탈렌 이 녀석 참 웃기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적당히 써야 하는 것을 무지한 자네가 과하게 쏟아부어 그리 된 것이다. 순결한 나프탈렌을 탓하지 마시오. 그래요. 모든 것은 나의 불찰이요. 허나, 그날의 수치를 기리며 더 이상 내 인생의 나프탈렌은 없으리.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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