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향한 기술을 생각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손이 먼저 휴대폰을 향한다.
오늘의 일정과 뉴스를 확인하는 순간에도 sns 광고는 끊임없이 들락댄다. 세상이 핸드폰 속 온라인으로 연결된 일상은 익숙함을 넘어 생활의 필수환경이 되었다.
편리함은 이렇게 조용히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쿠팡 사태를 접했을 때도 처음엔 그저 “또 하나의 뉴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상황에 많은 생각들이 밀려왔다.
그 플랫폼 안에 쌓여 있던 내 생활의 시간표, 습관, 망설임과 선택의 흔적들이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주문 기록이 아니라 물건을 사며 보여준 나 자신의 정체성은 아니었을까.
개인정보라는 말은 늘 어렵고 조심스럽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이 계절에 무엇이 필요했는지
어떤 충동구매를 했고 무엇을 끊임없이 사고 있는지' 등 나만의 개인적인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개인정보의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삶의 문제다. 또한 우리가 그 삶의 조각들에 대해 가져야 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동의 버튼을 서두르며 눌렀고 긴 설명에 무심했다. 서서히 편리해진 일상에서 다시 선택의 길에 마주 섰다.
“동의하거나, 떠나거나.”
이 단순한 갈림길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오늘의 편리를 택한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쿠팡 사태는 우리에게 작은 멈춤을 요구한다.
이 정보는 정말 여기까지 가도 되는가,
나는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가,
그리고 이 정보로 누군가가 이익을 얻고 있다면
그 과정에서 나는 존중받고 있는가.
개인정보의 권한 강화는 거창한 투쟁 구호도 정치적 수사도 아니다.
내 정보가 잘못 쓰이고 누군가에게 악용되는 잘못된 반복을 멈추고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고 싶은 요구이다. 필요할 때는 허락하고 마음이 바뀌면 거둘 수 있으며 더 이상 필요 없을 때는 흔적 없이 나올 수 있는 원칙 또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일상은 혁명으로 바뀌지 않는다.
다만 올바른 기준과 엄격한 규정이 변화를 가져올 거라 믿는다. 동의 화면에서 한 번 더 읽어보는 습관, 기업의 제대로 된 사과와 제도의 엄정한 집행을 말하고 싶다. 편리함과 신뢰가 균형을 이룰 때 기술은 비로소 사람을 향한다. 이런 사회가 선진국이란 이름에 걸맞은 진정한 합의가 가능할 거라 믿는다.
나는 여전히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 알림을 받고, 추천 목록을 훑어본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 나는 질문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 편리함이 안전과 신뢰를 보장할 수 있을까"
질문을 가진 소비자는 완벽하지 않아도 강하다. 그리고 그 질문이 많아질수록 개인정보는 더 이상 이용을 위한 자원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권리가 될 것이다.
고객이 플랫폼의 기업보다 먼저 서는 세상, 속도보다 존중을 한 번 더 생각하는 오늘, 편리함을 다시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