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이 머무는 시간, 금빛으로 깨어난 백제〉
박물관이 복합문화공간이 되는 시대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가 연일 품절현상을 보이더니 박물관 오픈런현상이 화제다.
2024년 기준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873만 7천50명, 바티칸 박물관 682만 5천436명에 이어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이 650만 명을 넘어 세계 3위에 올랐다는 소식은 상징적이다. 외국인 관람객도 20만 명을 돌파했단다.
연일 보도되는 K컬처의 확장과 맞물려, 우리 문화유산이 세계의 시선 속으로 들어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의 반가사유상과 함께, 부여 국립박물관에서 열리는 국보 〈백제 금동대향로〉 특별전 소식을 접하고 새해 첫나들이의 목적지는 자연스레 부여로 정해졌다.
새해 첫날 박물관이 휴관이었던 탓인지, 1월 2일 평일임에도 부여 국립박물관은 많은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방학을 맞아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젊은 연인까지—다양한 세대를 한 공간에서 볼 수 있었다. 그 풍경 자체가 박물관이 이미 세대를 잇는 복합문화 공간이 되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박물관 입구 곳곳에 걸린 〈금동대향로〉 특별전 현수막은 아직 마주하지 않은 국보에 대한 기대로 설레게 했다.
제1관부터 제4관까지 정비된 전시 공간은 백제 왕조의 마지막 수도였던 사비성의 기억을 차분히 보여주고 있었다. 선사문화의 흔적에서 시작해, 백제 불교미술의 신비로운 아름다움, 건축과 공예에 드러난 백제인들의 세련된 단아함과 절제된 아름다움까지—백제 문화의 흐름은 물 흐르듯 이어졌다. 여기에 각계각층의 기증으로 완성된 문화유산들은, 한 왕조의 찬란했던 시간이 단지 기록이 아닌 살아 있는 문화였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지난 12월 23일부터 시작된 〈백제 대향로관〉 개관 특별전은 3관의 특별 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전시실 입구에는 1993년 겨울, <금동대향로>가 발견되던 순간을 담은 영상과 사진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조각난 기와와 진흙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향로의 발굴 장면은, 1,500년의 시간을 단숨에 현재로 끌어당긴다. 그 순간은 유물이 ‘발견’된 시간이 아니라, 백제의 숨결이 다시 호흡하기 시작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두근대는 기대로 어두운 전시실로 들어서자 <금동 대향로>의 영롱한 금빛이 눈앞에 펼쳐졌다.
암흑 속 전시실 한가운데 <백제 금동대향로>는 스스로 빛을 만들어내는 듯 진열되어 있었다. 그 모습은 세월과 공간을 뛰어넘은 불가사의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것은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이자 사유의 존재로 <금동대향로>가 전하는 감정은 완성이 아닌 시간의 밀도로 느껴졌다. 마음속 질문 하나가 조용히 내려앉았다.
'1,500년을 건너온 것은 금속의 형태가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던 백제의 시선이 아니었을까.'
<금동대향로>에서 느낀 감동을 추스르며 전시실 앞에 마련된 체험관에 들어섰다. 향로전시실 앞 영상에서는 <금동대향로> 뚜껑 위에 새겨진 다섯 악사—배소와 종적, 백제삼현, 북, 백제금—의 연주를 각각 감상할 수 있다.
향로 뚜껑 위 다섯 명 연주자의 선율은 천상의 음악이 되어 침묵 속에서도 연주를 멈추지 않은 채 향로 위에 번져가는 듯했다. 정교함과 섬세함은 더 이상 기술의 차원을 넘어, 우리 민족의 숨결로 다가온다. 흐르는 선율과 함께 향로 속에서 피어오르는 향내음까지 체험하며, 자연스럽게 천오백 년 전 백제의 시간 속으로 스며든다.
<금동대향로>의 정교한 섬세함을 눈과 가슴으로 느끼고 귀로 확인하는 전시에 이어 이 보물의 형태·크기·재질·디테일을 최대한 동일하게 재현한 복제품인 레플리카를 통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도 마련되어 있다. 정교함과 섬세함이 장인의 손을 통해 탄생된 불교예술의 극치를 손끝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손끝에 느껴지는 시간과함께 관람객을 단순한 감상자에서 오감을 깨우는 역사 체험자로 만드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이번 특별전은 유물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소리와 향, 촉각을 통해 과거는 현재와 호흡하고, 관람객은 그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참여한다. <금동대향로>와 백제 유적을 통해 우리가 확인한 것은 지나간 역사의 흔적을 넘어선 우리 문화의 깊이다. 백제인들이 이룩한 정교한 기술과 절제된 아름다움 앞에서, 자부심은 설명 없이도 자연스럽게 마음에 스며들었다. 이렇듯 역사 속 문화는 전통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각과 경험으로 전해지며 공감의 언어로 전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지난 역사 속 문화가 현대의 우리에게 주는 자부심과 미래의 정체성, 나아가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문화적 언어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김은저 작가의 <blue>와 <청화백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