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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히 Jun 01. 2024

이 깨진 날

운도 없는 날

건강한 치아는 오복 중 하나이고 유전이란다. 가지런하고 하얀 치아는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이기도 하다.


고르지 않은 치아 때문에 나는 이 닦기에 열심이. 칫솔 양치질이 충분치  얼마 전부터 water pick(구강세정기) 를 열심히 사용하던 중이었다. 


'딱'


입안을 헹구다 세면대에 떨어진 것은 바로 나의 이 한쪽이었다.

이가 깨진 놀라움은 잠시였고 치과 갈 일이 더 큰 걱정이 었다. 즐거워 가는 병원이야 없겠지만  이가 깨진 속상함보다 치과가 주는 두려움이 더 큰 불안이 되어 압박으로 몰려왔다.


하지만 어떡하리 치료를 받아야 먹을 수 있을 것이니. 두근대는 가슴으로 치과병원 문을 열고 기다리다 내 순서가 되었고 치료가 시작되었다.


장비들로 둘러싸인 긴 의자는 보기만 해도 부담백배다. 그곳누워 눈을 감은채 들리는 소리의 두려움은 온갖 종류의 기계들이 주는 공포 그 자체다. 입안에 들어오는 알 수 없는 장비들은 숨 막히게 답답한 고문이. 하지만  상황이 바로 치료이니 꿋꿋하게 참아내야 한다. 크게 벌린 채 유지해야 하는 입모양 또한 말할  없는 고역의 상태다.


'위이이잉... 이이 위이이이 잉' 

'솨아아... 아아''드르르륵,... 륵'


 "아~ 입을 크게 벌리세요~~ 아아"


얼굴을 가린 채 공포스러운 기계소리를 들으며 의사의 지시대로 따라 하는 나는 영낙없이 볼모로 잡힌 환자다. 등에서, 손에서 식은땀을 느끼며 두 손을 부여잡은 채 누워 있는 나는 묵언수행자가 된다.


"왼쪽으로 돌리세요~~ 이를 물어보세요"

"오른쪽으로~~ 입 크게 벌리시고!!"


온몸에 힘을 주며 애쓰고 있는 내게 의사는 계속 입을 크게 벌리라 요구한다. 애를 쓰며 누워있는 나의 입근육은 경련 직전이 되어간다.


"양치하시고 누우세요~ 아 크게 벌리고ᆢ 그대로 움직이지 마시고!!"


계속되는 의사의 지시가 세뇌된 명령어인 듯 나는 자동 반사하고 있다. 진땀이 나는 온몸과 경직된 어깨는 계속 움츠린 채 올라가고 입안 가득 고인 침은  꿀꺽꿀꺽 삼켜지는지 죽을 맛이 따로 없다. 


"거의 다 됐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한 마디'휴'안도하며 잡은 두 손이 풀어진다.


'아, 이제야 살겠네!

병원을 나가면 시원한 아이스크림 하나 먹어야지. 오랜만에 시원한 맥주도 한잔할까!'


 일어나려는 순간 위생사의 친절한 안내.


"스케일링 주기가 되었네요. 금방 해드릴게요. 조금만 더 누워계세요"


이어지는 마지막 확인사살.


"오늘 차가운 음식이나 알코올음료는 절대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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