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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히 Jul 29. 2023

우리 동네를 소개합니다

호수공원은 내 마실길

베란다 너머 너른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시려 문을 닫으며 현재 기온을 보니 27도다.


한 여름동안 에어컨을 켜본 지가 언제 적인지 모를 만큼 오래전이다. 우리 집 앞 자그마한 산과 옆쪽의 툭 터진 들판이 자연 선풍기이자 최고의 에어컨이기 때문이다.


10년 전쯤 친구를 따라왔다 살게 된 지금 우리 집은 눈을 뜨는 아침부터 잠드는 밤까지 자연이 흠뻑 함께하는 도시 속 시골마을 같은 동네의 아파트이다.


우리 동 앞 자그마한 산은 오솔길을 품은 산책로가 길게 뻗어있어 다른 동으로 가는 지름길이며 산새들의 집터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이 산 나무 위에 둥지를 튼 어미새 가족들의 공격으로 한동안 이 산이 출입금지가 되기도 했다. 집 없는 고양이들의 쉼터인 이유로 가끔 나타나는 들고양이 때문에 놀란 가슴을 쓸어 안기도 하지만 그들 또한 자연의 일부이다.


아파트를 나와 지척의 가로수가 예쁘게 심어진 좁은 인도를 따라 걸으면 은파호수공원이다. 바로 이곳이 멋진 도시의 자랑이자 우리 동네 명소다.

호수를 둘러싼 여러 갈래길은 두세 시간 이상 걸리는 긴 산책로와 30분 정도의 마실 길이 있어 내 맘대로 골라 걷는 우리 동네 산책로이다.


아침이면 집 앞 호수 주변 둑방길로 이어지는 한적한 산책로를 걸으며 선물 같은 하루를 시작한다. 사계절 다른 얼굴의  내 사진 속 풍경이 되어 힐링과 기쁨을 주는 나만의 나눔 비법이다.



둑 길을 걷다 보면 하늘이 가까워지고 산들이 앞으로 다가온다. 둑방 아래 넓은 공터의 보드 타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즐거운 목소리는 주말이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천천히 공원 입구까지 걸으며 마주치는 수백 년 넘은 아름드리 벚꽃나무들은 하늘을 빽빽이 가린 채 봄이면 연두 빛 이파리들과 휘드러지는 벚꽃들로, 여름과 가을이면 나무 가득 싱싱했던 녹색의 잎들이 떨어지며 겨울을 준비하는 모습으로 사계절 내내 절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화려한 벚꽃이 아니어도 호수 주변의 알 수 없는 나무와 꽃들은 일 년 내내 피고 지며 나름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호수와 꽃들과 나무들이 어우러지는 천혜의 풍광을 지닌 은파 호수 공원은 내 마음속 최고의 국립공원이자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호수를 끼고 이어지는 도로는 또 얼마나 운치 있고 멋진지, '우리 동네 스카이웨이' 길이다. 서울 북악산의 10여만 그루가 심어진 수려한 경관의 '북악 스카이웨이' 못지않은 모습에 내가 붙인 이름 '우리 동네 스카이웨이길'은 그림같이 멋진 출퇴근 길이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빽빽이 늘어선 나무들은 봄이면 연둣빛 이파리와 개나리와 진달래, 철쭉이 만개하는 모습으로, 여름과 가을은 울창한 나무들과 산들이 주는 싱그러움과 고즈넉함으로 아침 출근길이 여행길이 된다. 눈 내리는 겨울, 굽이굽이 도로를 따라 나무와 숲이 주는 설경은 나만 아는 비밀 길 만들고 싶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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