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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노 Jul 04. 2018

1화_기호학이란 무엇인가 part.1

#프롤로그: 기호학 입문하기

기호학이란 무엇인가? 혹시 마도 영화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지 않을까 싶다. 영화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댄 브라운 작가의 <다빈치 코드> 시리즈의 메인 주인공인 로버트 랭던 교수의 직업이 바로 기호학자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로버트 랭던 교수의 모습은 기호학자라기보다는 암호 해독가, 혹은 탐정의 모습에 가깝다. 물론 기호학이 기호의 의미에 집중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의미 해석 자체를 제 1의 과제로 여기는 학문은 아니다. 마치 수수께끼의 정답을 찾아내듯이 상징 속의 의미를 탐구하는 로버트 랭던의 방식은 기호학이라기 보단 차라리 암호학이나 종교학에 더 어울린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기호학이란 무엇인가? 전국의 대학교들을 뒤져보아도 ‘기호학과’라는 명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름 문학비평이나 광고 분야 등에서는 그 이름이 자주 언급되기는 하는데, 이름조차 낯선 이 학문은 대관절 무엇이란 말인가.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도록 하자. 1.소쉬르나 퍼스의 이론을 계승하며 기호 및 기호로서의 언어를 연구하는 학문. 2.문화 전체를 기호 체계로 보고 그 발생을 연구하는 학문. 혹시 무슨 소리인지 아시겠나? 난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 기호를 대체 왜 연구하는 건데? 이러한 질문을 예상하여 감히 아마추어답게 그 정의를 번역하고자 한다. 그렇다고 과한 기대는 마시라. 너무 부담스러우니깐 말이다.


그러니까 기호학이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기호의 세상으로 간주하고 그 기호가 어떻게 인간의 인지 구조에 침투하여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더 쉬운 설명이 필요한가? 좋다. 한 번 더 번역하겠다.


운전을 하고 있는 당신은 빨간불을 보고 차를 세운다. 도대체 왜? 당신은 물을 마시기 위해 정수기 앞에 선다. 당신은 시원한 물을 마시려면 파란색 꼭지가 있는 부분을 눌러야 한다는 걸 안다. 도대체 왜? 당신은 누군가가 한 입 베어 먹은 듯한 사과 그림을 본다. 어떤 회사가 떠오른다. 도대체 왜?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고? 그러니까 기호학이란, 그 '왜'를 연구하는 학문이란 소리를 하고 있는 거다.


기호학은 의미를 연구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의미가 어떻게 생성되고, 소비되는지를 연구한다. 물론 아직까진 실감이 잘 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기호학이 그것들을 왜, 그리고 어떻게 연구하는 건데? 



이 질문에 응답하여 우린 앞으로 9개월 동안 총 9가지의 콘텐츠들을 분석해볼 것이다. 앞서 설명한 소쉬르 외에도 퍼스나 롤랑바르트, 그레마스, 움베르토 에코 등 다양한 기호학자들의 이론을 소개하며, 이 이론들이 우리의 현실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도 살펴볼 작정이다. 지금까지 기호학의 이미지는 단순히 현상을 탐색하고 그 의미를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실 기호학은 움베르토 에코가 밝혔듯이 커뮤니케이션의 구조와 그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앞서 든 정수기와 관련한 예시를 떠올려 보시라. 정수기에 표시된 빨강색과 파랑색은 각각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을 암시한다. 덕분에 우리는 각자가 원하는 온도의 물을 찾아 마실 수 있다. 말하자면 정수기에 표시된 빨강색과 파랑색은 정수기와 이를 사용하려는 소비자의 상호작용, 즉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일종의 의미적 장치인 것이다.


기호란 곧 커뮤니케이션이다. 따라서 기호학은 커뮤니케이션의 학문이다. 의미의 해석에서, 나아가 의미의 생성과 소비 과정까지 연구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앞으로 우리가 공부하게 될 기호학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놓인 9개월의 수고를 미리 담아 잘 부탁드린다.



※본 글은 '로라 오즈월드'의 <마케팅 기호학>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백교수님의 가르침,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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