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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노 Jul 25. 2018

번외_'퍼스'는 누구인가

부제: 삼항모델, 의미작용, 도상, 지표, 상징

지난 시간에 우린 기호학에 대해 소개하며, 구조주의와 기호학의 아버지인 페르낭 드 소쉬르에 대해 알아보았다. 하지만 이렇게 홀라당 넘어가버린다면 틀림없이 서운해 할 한 사람이 있기에 번외편의 형식으로 그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앞으로도 매회 이렇게 번외편을 만들어 붙일 작정이다). 그의 이름은 바로 'C.S. 퍼스'로 소쉬르와는 동시대 사람이다. 그는 소쉬르와 함께 기호학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철학자인 퍼스는 심리학과 언어학을 기호학의 기반으로 여긴 소쉬르와는 달리 철학과 논리학을 자신의 기호학 이론의 기반으로 삼았다. 이러한 이유로 구조주의 철학의 일부로서 기호학에 접근한 소쉬르와 달리 퍼스의 기호학은 실용주의 성격이 짙다. 퍼스는 사고 과정의 논리로서 기호학을 연구했으며, 퍼스에게 기호란 사고 과정 그 자체다. 퍼스에 따르면 인간의 사고는 곧 하나의 기호이며, 한 생명은 그러한 기호의 연쇄체라는 점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하나의 기호로 인식한다.


이렇게 설명을 하긴 했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여러분들의 얼굴이 선하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그림을 가져왔다. 지난 시간, 우리는 소위르가 기호를 기표와 기의가 결합된 이항구조로 본다고 배웠다. 퍼스는 이러한 소쉬르의 기호학적 모델에 하나의 항을 더 추가했다.


따라서 퍼스의 기호는 표상체, 대상체, 해석체가 결합한 삼항 구조다. 우선 ‘대상체’는 말 그대로 기호가 지칭하는 실제 오브제를 의미한다. 이때 대상체는 '표상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세계에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해석체’는 수용자가 그 표상체를 보고 떠올리는 생각을 의미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다. '내 마음은 호수다'라는 유명한 시구를 떠올려보자. 여기서 '내 마음'은 화자가 표현하고자하는 대상체다. '호수'는 화자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픈 마음의 이미지, 그러니까 곧 표상체다. 한편 독자들은 이 시구를 읽고 화자의 마음이 호수처럼 고요한 상태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추론을해석체라고 부른다. 


아직도 어려운가? 그렇다면 좀 더 극단적으로 쉽게 설명해보겠다. 저 멀리 산에서 검은 연기가 보인다. 당신은 그 모습을 보고 산에 불이 났음을 직감하고 119에 신고를 한다. 이 때 연기는 불을 의미하는 표상체다. 불은 대상체다. 연기를 보고 당신이 불을 떠올리게 되는 사고 과정 자체는 해석체라고 부른다. 어떤가. 이제 좀 이해가 되시려나?


이처럼 표상체와 대상체의 결합은 우리의 뇌리에서 의미를 생성한다. 그 의미를 퍼스는 해석체라고 부른다. 당연한 이야기만 퍼스의 기호학에선 이 해석체가 가장 중요하다. 퍼스에게 '기호'란 다른 어떤 것을 가리키고, 이를 통해 타인에게 이해를 돕는 개념이다. 이는 단순히 기호의 이분법적 구분에만 집중했던 소쉬르와는 구별 되는 퍼스 기호학만의 특징이다. 퍼스는 소쉬르와 달리 기호의 역동성과 기호의 작용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우리는 의미작용, 일명 '세미오시스(Semiosis)'라고 부른다.



소쉬르는 기호를 기표와 기의가 결합한 이항구조로 보았다. 그렇다면 기표와 기의를 결합하게 만드는 그 힘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자의성이라고 말했었다. 다시 말해 기표와 기의의 결합엔 필연성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나무를 '나무'라고 부르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냥 우리끼리 그렇게 부르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따를 뿐이다. 하지만 퍼스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표상체와 대상체가 어떻게 결합되어 있느냐에 따라 기호를 '도상', '지표', '상징'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우선 '도상'은 표상체와 대상체 간에 유사성을 바탕으로 한다. 예를 들어 애플사의 로고를 떠올려 보자. 해당 회사의 로고를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사과라는 오브제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애플의 로고와 실제의 사과가 서로 닮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닮음의 관계, 그러니까 유사성을 바탕으로 한 기호를 우린 도상기호라고 부른다. 


한편 '지표'는 인과성/인접성을 바탕으로 한 기호다. 앞서 말한 연기와 불의 관계가 대표적인 인과 관계다. 따라서 연기는 불의 지표기호가 된다.


마지막으로 '상징'은 소쉬르의 언어기호와 그 개념이 같다. 그러니까 그 기호는 자의성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빨간불을 보면 그것이 정지 신호임을 안다. 하지만 그 둘 사이에는 특별한 연관이 없다. 마치 언어처럼 단지 사회적 합의에 의한 결과일 뿐이다(참고로 우리는 이 상징 기호를 주목해야 한다. 오늘날 수많은 회사의 로고나 브랜드가 상징기호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건 비단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럼 이상으로 퍼스의 기호학에 대한 설명을 마치도록 하겠다. 자세한 설명은 아마도 이후에 이어질 본편에서 마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부족한 글 읽느라 수고하셨다. 이만 우리는 다음 이 시간을 기약하도록 하겠다. 그럼 여러분, 안녕히.



PS//퍼스는 기호의 유형을 도상, 지표, 상징으로 구분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제 기호가 각각 한 가지의 자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기호 안에는 다양한 자질들이 공존할 수 있다. 가령 앞서 말한 '애플사의 로고'는 사과를 닮았다는 점에서 도상적 자질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애플이라는 기업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상징기호이기도 하다.


PS//중요한 건 '소쉬르의 이론이 더 나으냐', 혹은 '퍼스의 이론이 더 나으냐'가 아니다. 학계에서도 내리지 못한 결론을 우리가 구태여 내릴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누구의 이론이 여러분의 작업에 더 적합 하냐'다.


※본 글은 '로라 오즈월드'의 <마케팅 기호학>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백교수님의 가르침,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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