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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원 Nov 25. 2022

타이어를 바꿀때

                           

자동차는 오랫동안 함께 달렸다. 2009년식이니 햇수로도 벌써 십삼 년이며, 달린 거리를 나타내는 계기판의 숫자는 곧 22만이 된다. 많이 돌아다녔던 때엔 한 해 동안 사만 킬로가 넘게 달리기도 했다. 그즈음에는 이렇게 차를 오랫동안 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탈 수 없을 거로 생각했었다.     

“아이고, 타이어 바꾸셔야겠는데요.”

카센터에 갈 때마다 같은 말을 듣기 시작했다. 그 말을 매번 들으면서도 타이어를 바꿔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을 못 했다. 타이어 하나 바꾸는 것이 큰일은 아니지만, 오래 탄 차를 바꾸는 일이 먼저 아닐까 싶어 망설였다. 

빨리 계약해두어야 한다고, 요즘 새 차는 기본으로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다들 말했다. 하지만 기껏 기다려서 차례가 왔을 땐 차마 차를 바꾸지 못해서 취소했다. 오래 탄 차는 그만큼 정이 들어 쉽사리 바꿀 맘을 먹지 못했다. 전보다 확실히 힘이 달리는 순간이 늘긴 했지만, 잔고장 하나 없이 잘 달렸기에 더욱 그랬다. 

     

한번 펑크가 나서 때운 적이 있는 바퀴의 바람이 다시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어딘가 다시 펑크가 났거나, 지난번에 메꾼 곳이 새는가 보다 싶어 카센터를 찾았다.

“타이어가 많이 닳았어요.”

역시 카센터의 사장님은 같은 말을 했다. 바람은 짐작대로 예전에 펑크를 메꾼 곳에서 새고 있었다. 차를 바로 바꿀 것이 아니면 이제 타이어를 바꿔야 하는 때가 왔구나 싶었다.      


“새 신발을 신어볼까, 곰탱이?”

내 차의 이름은 곰탱이이다. 이름까지 붙여주며 나와 생사고락을 함께해온 곰탱이의 타이어를 바꾸는 것이 처음일 리는 없다. 그런데 어쩐지 이번에는 남다른 기분이 들었다. 

“타이어는 보통 주행거리 몇 킬로 정도가 기준인가요?” 

이미 22만 가까이 달린 곰탱이를 생각하며 사장님께 물었다.

“주행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5만 킬로쯤 됩니다.” 

5만 킬로라. 우리 곰탱이가 그 5만 킬로를 지금처럼 씩씩하고 무탈하게 달렸으면 싶었다. 이왕 타이어도 바꾸었겠다 조금 더 욕심도 내보았다. 

“가자! 30만까지!”     


곰탱이의 타이어를 바꾸면서 휠얼라인먼트도 교정을 했다. 운전석 바퀴의 안쪽만 심하게 편마모 현상이 생겨있었다. 축이 반듯하지 않고 틀어져 있다는 방증이었다.

맡겨둔 다음 날, 카센터에 가서 새 신발을 신고, 자세도 교정받은 곰탱이를 데리고 왔다. 감각이 둔한 운전자에게 엄청난 변화의 감각이 있을 리는 없지만, 어딘가 모르게 탄탄한 주행감과 핸들링이 느껴졌다. 물론, 기분인지도 모른다.     

‘곰탱이는 새 신발을 신고 다시 5만 킬로의 생을 얻었구나.’

집으로 돌아오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동차가 타이어만으로 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사람에게도 타이어가 있어서 새로 갈아 끼우고 5만 킬로쯤의 생을 얻을 수 있다면 어떨까. 사용기한이 되면 새로운 순정부품으로 바꾸어 달고, 오래 굴러 닳아버린 타이어는 새롭게 반짝이는 것으로 끼워주고, 이런저런 충격으로 살짝 비틀린 축은 휠얼라인먼트 교정하듯 반듯하게 바로잡아 중심을 딱 잡을 수 있게 해주고. 

사람도 이럴 수 있다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하긴, 그러면 더 이상 인간이 아니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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