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잡초재배

텃밭일지 17

by 전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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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텃밭은 무성하다. 가지 꽃은 사라지고 대신 오므려지면서 꼬투리 모양이 잡혀가고 있다. 하얀 고추꽃은 아직 앙증맞게 가지사이에 달려있다. 가지꽃이 보라색이라는 것도, 고추 꽃이 흰색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초보 텃밭러는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웃 텃밭의 할머니는 틈틈이 잡초를 뽑아주어야 한다고, 그래야 채소들이 잘 자라고 실한 열매가 여물게 된다고 하셨다. 다른 집들은 일렬로 고랑과 이랑을 만들어 이쁘게 심었던데 우리는 그 머리를 쓸줄 모르고 대충 모종을 심었었다. 게다가 모종이 자라고 나니 빈곳이 보여 얼마전 열무씨앗도 파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잡초와 작물이 뒤섰인 꼴이 되었다. 초보텃밭러의 눈에 잡초와 작물을 한눈에 구별하는 것은 난제이다. 열무는 먹어보았지만 완제품 열무김치였다. 생열무만을 유심히 본적이 있던가. 새삼 아는게 참 없구나 싶다. 이 나이에 열무싹을 구분하기 어렵다하면 남들이 믿으려나.

열무김치는커녕 김치 한번 담가본 일 없고 국이며 찌개등 대부분의 요리는 다 사다먹는 것이 당연한 사람이 나란 사람이다. 결혼 전에는 집안에서 자잘한 사고를 치기 일쑤여서 엄마는 일을 시키지 못하겠다고 했다. 곱게 키우려고 안시킨 것이 아니라 뒷수습이 더 큰일이라 못시키는 것이라며 혀를 찼다. 결혼 이후에는 친정이 근처였다. 밑반찬이며 김치는 물론 국과 찌개까지 갖다 먹었다. 당연했고, 그래서 고마운 줄 모르던 시절이었다.

이제 부모님은 안계시고 늘 얻어먹는데 익숙해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 나는 엄마대신 남이 해서 파는 음식들을 먹으며 엄마를 그리워한다.


가지와 고추 사이에 그만큼의 키로 자라난 생뚱맞은 아이들을 한동안 유심히 봤다. 가지도, 고추도 아닌 것이 무언데 저리 키를 키웠을까. 잡초인줄 알고 뽑으려다 멈칫 했다. 내가 심은 것은 가지, 아삭이 고추, 깻잎. 그리고 부추, 쪽파, 상추이다. 그리고 지난달 빈곳에 열무씨앗을 뿌렸을 뿐이다. 그렇다면 대체 가지와 고추 사이에 그만큼의 키로 자라난 이 아이는 누굴까 싶다.


앞줄의 키작은 잎채소 영역도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부추는 모종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을 뿐 아니라 몇 개는 말라버려 결국 뽑아야 했다. 쪽파는 그것이 쪽파가 아니라 실파였나 싶을 만큼 더디게 자라나는 자태가 가늘가늘하다. 내가 알고있는 쪽파의 형체가 아니라 당황스럽기 그지 없다. 과연 저것을 먹을 날이 올까 싶다.

말라버린 부추를 몇 개 뽑고 쪽파와 상추사이 빈곳에 열무를 파종했는데 듬성듬성 싹이 올라왔다. 문제는 역시 잡초이다. 작물이 쑥쑥 자라는 시기엔 당연히 잡초도 쑥쑥 자라는 시기이다. 게다가 역시 잡초는 자라는 속도역시 더 빨랐다. ‘잡초같은 생명력’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잡초에 인생을 비유하는 말이 많다. 텃밭에서 잡초는 작물의 생장을 방해해서 뽑아내야 하고 성가신 존재이지만, 식물로서의 잡초는 빨리 자라고 튼튼하게 커나간다. 예쁜 꽃을 피우는 것도, 먹을 만한 열매를 맺는 것도 아니지만 텃밭의 잡초에게 눈길이 갔다. 효용가지가 있는 것만 신경써서 돌보고 귀히 여기는 나를 생각하니 살짝 뜨끔하기도 했다.


그나마 구분할 수 있는 클로버와 강아지풀같은 잡초를 몇줄기 뽑아내고 텃밭을 물끄러미 봤다. 흐리고 선들선들 바람이 부는 6월의 둘째날. 바라보고 선 잠깐 사이 해가 나오고 바람의 온도가 높아졌다. 햇살과 바람은 작물과 함께 잡초도 쑥쑥 키울 것이다. 물조루에 가득 맑고 차가운 물을 담아 텃밭에 골고루 뿌려주었다.

상추잎도, 고추, 가지도 싱그럽게 물에 적셔진 모습을 봤다. 이름모를 잡초도 역시 충분히 물을 먹었을테니 며칠후면 텃밭 채소뿐 아니라 그들역시 쑥쑥 자라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 나는 또다시 잡초 앞에 우두커니 서서 이것을 뽑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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