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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2

by 전명원

리스본에서의 마지막 날이며, 이번 11박 13일 여행을 마무리하는 날이기도 하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한 여행은 서쪽으로 세비야, 그리고 또다시 서쪽으로 포르투갈의 리스본까지 이어졌다. 이번 여행에서 ‘꼭’이라고 생각한 몇 가지는 리스본에 있었다.


그중 하나가 ‘파두’였다. 흐느끼는 듯한 순간이 있는가 하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발장단을 맞추게 되는 파두처럼 리스본이라는 도시는 독특한 나름의 정서가 있는 듯 느껴진다. 꾸미지 않은 건물이며 거리는 소박함과 남루함 어딘가에 있고, 1755년 대지진을 겪었다지만 여전히 오래 남은 것들은 과거의 영광과 추억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만 같다.


언덕이 많은 도시 리스본의 마지막 하루는 제로니무스 수도원, 벨렝탑 등을 보기 위해 움직였다. 리스본 시내에선 다소 떨어져 있지만 그 두 곳은 리스본의 상징적인 곳들이기도 하다.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한 시간쯤 간다.

우리나라 이곳저곳을 여행할 때 특히 목포나 부산에서 운전자들이 거칠다고 느낀 경험이 있었는데 리스본은 그 못지않게 운전이 과격해서 급출발, 급제동은 기본이고 꽤 속력도 내는 차들이 대부분이다. 항구의 사람들은 원래 거친 걸까. 좁은 길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 차들을 볼 때면 괜히 손에 땀을 쥐게 된다.


시내에서 제법 왔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리스본 여행의 핫플레이스가 분명하다. 대체 어디서 이런 인파가 몰려들었나 싶게 아침부터 엄청난 행렬이 만들어져있었다. 수도원은 거대하고, 아름답다. 마치 궁궐 같은 느낌.

오래전 수도원에선 달걀흰자를 이용해 다림질을 했기에, 남은 노른자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 에그타르트라는 말을 들었다. 리스본에선 에그타르트가 아닌 ‘나타’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 나타의 원조 격인 집이 수도원 바로 옆에 있었다. 그 어느 곳에서 맛본 에그타르트보다 훨씬 더 크리미하다.


리스본의 마지막 하루, 여행에서의 마무리 일정을 보내며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디스크로 갈 수 있으려니 싶었던 친구는 다행히 여행 기간 내내 무탈했다. 우리는 서로 “네 덕이다”라고 말했다. 나를 믿고 왔던 친구도, 친구를 의지해서 온 나도 같은 마음이었던 거다.

여행 마지막 날까지 날씨는 최고였다. 마치 스페인과 포르투갈엔 구름이 없는 것처럼 맑디맑은 날씨였다.

우리의 리스본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알칸타라 전망대’.

의도한 것은 아닌데 즉흥적으로 동선을 잡다 보니 언덕의 도서 리스본에서 전망대에서 여행을 마무리하게 된 것이다. 전망대에선 멀리까지 리스본의 붉은 지붕들이 이어졌다. 사진을 남긴다. 그리고 오래 바라본다.

사진 속의 리스본. 내 마음속의 리스본. 과연 어느 쪽이 더 오래 남을까.


우리는 작은 식당에 들어가 건배하며 자축했다. 보고 싶은 것, 먹어보고 싶었던 것들은 그래도 대부분 해봤어. 성공적인 여행이었다.

시작부터 우여곡절로 갈 수 있으려나 싶던 여행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멋진 여행이었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이처럼 오래 함께하는 여행을 해본 것도 처음이다. 그래서일까. 여행, 그리고 동행. 이 두 가지 모두 나는 한 단계 성장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러모로 오래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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