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관계의 주도권은 나에게 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임할 것
나는 생각이 참 많은 사람이다. 이전에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밤낮없이 기계가 작동되며 굴러가는 공장마냥, 요즘은 머릿속에서 쉴새 없이 생각들의 잔해가 흘러넘친다. 사람이 치밀하다 못해, 머릿속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미리 대비하며 시뮬레이션을 굴리는 일이 많아졌다. 예측불가한 일이 갑작스레 발생하는 것이 싫고, 또 그런 상황이 발생하게 됐을 때 나의 실제 마음과 반대로 말이 멋대로 내뱉어지며 상대에게 상처주는 것도 싫어서. 그래서 점점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을 머릿속에서 플레이시키며 연습해보는 일이 잦아졌다.
실제로 내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했던 일대로 일어났던 적은 거의 없고, 일어났다하더라도 내가 연습한대로 내가 친절히, 완벽하게 말을 내뱉을 수 있었던 일도 거의 없었다. 나의 이력서나 자소서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위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도 됐던 면접준비라면 모를까, 사실상 인간관계나 일에 있어서는 이런 사전 시뮬레이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들이 더욱 허다했다.
그럴수록 나는 머릿속의 쓸데없는 생각들을 멈추는 데에 치중한 것이 아니라, 생각들만 더 많아져 갔다. '왜 그때 그 말을 하지 못했을까, 나의 진심은 그게 아닌데.', '아 나 또 상처준 건 아닐까? 그말을 입밖에 꺼내는 게 아녔는데.' 등등과 같이 나는 누군가에게 건넨 말들에 대해 혹은 꺼내지 못한 말들에 대해 후회를 많이 하게 됐다.
사랑에 있어서, 나는 자주 실수를 했다. 진심은 그게 아닌데도, 순간 욱하는 마음에 틱틱대듯 말을 건네게 되고 상대는 그말을 듣고 오해를 하길 빈번했다. 혹은 그때의 기분 나쁜 감정에 대해 한차례 생각하고 말을 하지 못하고 내가 받은 상처만큼 남에게도 이야기를 해야 직성이 풀리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자주 상대와의 벽 쌓는 말들을 하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나의 진짜 속마음에 대해 나도 잘 알지를 못해서 그런 말들을 쉬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너무너무 좋아함에도 상대와 내가 잘 맞지 않는 모습이 보인다면 좋아한다는 표현 대신 '잘맞지 않는다'는 표현을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사실은 너무너무 좋은데 안 맞는 부분이 많아 걱정도 되고, 그럼에도 너무너무 좋으니 자꾸 이 감정이 당혹스러워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나의 진짜 속마음이었는데. 그 상황속에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하면 안 맞는 부분을 잘 맞춰나갈 수 있을까? 하고 솔루션에 대해 더 집중을 하고 나의 진짜 좋아하는 마음을 자주 이야기를 해야 했는데, 나는 거두절미하고 '우린 잘 안맞다'는 말만 되내이며 어떻게 보면 상대에게 '나한테 해답을 줘봐'하고 키를 넘겨버린 셈이었다.
즉, 쑥스러워서 좋다는 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점도 있고 다소 불같은 성격 때문에 내질러버리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관계에 있어 수동적으로 임하는 자세도 한 몫했다. 그 관계의 주인은 '나'와 '너'인데, 나의 생각은 쏙 빼고 주사위를 상대에게 던져버린 셈이었다. 실제 원하는 결론은 따로 있으면서 혹은 내가 원하는 결과가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우선 그때의 감정대로 던져보고 상대의 반응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되어버린. 쉬울수도 있는 관계를, 꼬아버린 것은 결국 나의 투머치한 생각과 수동적으로 관계를 대하는 태도였다. 신중한 것도 좋지만, 사실상 인간관계는 처음부터 우리관계가 어떤 엔딩을 맞이하겠다는 것을 알 수는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이미 그려진 완성작이 아니기 때문에 결말을 알 수 없다. 우리가 결말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그럼에도 계속 돌다리를 열심히 두들겨보고 건너려는 그 마음을 갖고 임했던 것이, 너무 조심성이 많고 상처받길 두려워했던 것은 아닌지.
이런 레슨런을 통해 깨달은 것이 참 많았다. 상대의 말을 나의 생각대로 해석을 해버리고, 상대에게 이런 의도로 말한 것이 맞는지 되물을 용기도 없었기에 결국 오해하는 것이 더 쉬워 그걸 선택했을 뿐이었다. 남이 나를 오해하는 건 그토록 싫어하면서, 나는 왜 그리도 남을 오해하는 것을 섣불리 이행했던 것인지.
결국에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이다. 그것도 조금더 성숙하게 말할 수 있는 태도, 감정적으로 응대하며 상처주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진짜 솔직한 마음, 진심을 더 내보일 수 있어야 하고 또 나의 마음에 대해서도 내가 잘 알아야 하는 것.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을 잘 알고,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나의 마음 잘 알기, 그리고 잘 대화하기. 2025년에 내가 갖추게 될 나의 또다른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