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주의 2
자존주의(自存主意)
스스로 주인으로 존재한다는 뜻
“이 말, 좀 이상하지 않아?”
어느 날 내가 나에게 물었다.
사전에 없는 단어를,
책 제목으로 쓰겠다고 적어놓은 걸 보고서.
그래도 지우지 않았다.
언젠가 꼭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책을 쓰고 싶어 해?”
누군가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책을 통해 어릴 적부터 나를 붙잡고 있던 우울감과
다시는 회복되지 않을 거라 믿었던 자존감을
조금씩 되찾았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책이 좋았고, 읽고 싶었고, 쓰고 싶어졌다.
막상 쓰려고 하니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무슨 책을 쓸 건데?”
그 질문 앞에서 나는 꽤 오래 멈춰 섰다.
쓸 내용이 없어서, 쓸 주제가 없어서
못 쓰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럼 그냥 써. 매일.”
잘 쓰는 것보다 그냥 쓰는 걸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질문이 따라왔다.
“이 글, 누가 읽고 싶을까?”
일을 하다 보니 글은 자꾸 일 이야기로 흘러갔다.
하루도, 생각도 온통 일뿐이었다.
제목만 써놓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다시 지우기.
그날도, 그다음 날도 그랬다.
“그만둘까?”
그렇게 글이 멈춘 날들이 조금씩 늘어갔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왔다.
“너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데?”
살아가며 가장 중요한 건 대체 뭘까.
아이들과 교육 일을 7년쯤 했다.
유아부터 초등까지.
아이들과 함께했고,
아이를 키우는 많은 부모를 만났다.
그 시간 속에서 나도 모르게 답 하나가 분명해졌다.
“아, 중요한 건 성적이 아니구나.”
지식도 아니고, 능력도 아니고, 돈도 아니었다.
자존감이었다.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배우는 속도가 달랐고,
도전하는 태도가 달랐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났다.
학교 다닐 때 유난히 뭐든 잘하던 아이들.
“쟤는 왜 저렇게 잘할까?”
지금 와서 보니 그 아이들에겐 있었고
나에겐 부족했던 게 있었다.
자존감.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지금,
그 안에서 더 중요해진 게 있다고 느꼈다.
내 삶에 스스로 주인으로 존재하는 태도.
누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그래도 괜찮아”라고
내가 나에게 말해줄 수 있는 힘.
나는 이걸 자존주의라고 부르기로 했다.
어릴 때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찾아보자!
아직도 수시로 떨어지는 나의 자존감을 붙잡기 위해,
그 과정을 글로 남기려 한다.
자존주의!
“그래서 다시 쓰는 거야?”
응.
나를 회복하기 위해. 다시, 한 걸음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