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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티 Mar 17. 2021

밥 먹는 줄도 모르고 니가 멍청한 줄~

딱따구리는집 짓는게 아니었어

딱따구리에게 붙이는 사과문


밥 먹는 거였어?

그런 거였어.


따따딱따 따따딱딱

너의 부리가 내는 소리는 언제든 귓길을 끌지


소리의 근원을 찾아 두런 살피면

기대치 않은 곳에서 나무를 파고 있더란 말이다.

 

가느다란 줄기를 부여잡고 있거나

커다란 밑둥께를 이곳저곳 두드리는 거였어.

 

둥지를 만드는 줄 알았어.

둥지가 될 수 없는 시원찮은 곳에


그러니 니가 멍청해 보였지.

"야. 거기에는 집을 지으면 안 되잖아!"


왕성한 너의 먹이활동을 

멍청한 건축활동으로 착각하였어.


더욱이 남이사 가지든 밑동이든 취향껏 파고 있는 것을

좋네 나쁘네 평가한 오지랖을 어째야 쓰겠나.


미안허이, 무식이 죄인걸

근데, 니 마이 묵었네.






죽어가는 나무, 죽은 나무들에 구멍을 뚫고 딱따구리가 먹이활동을 한 흔적들입니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탐내는 이유는 집을 짓기 위한 것이라고만 여겼습니다.

그냥 한두 마디 들었던 얘기가 제가 가지고 있던 지식수준이었던 거지요.

그래서 숲에서 제법 자주 만나는 딱따구리가 정말 멍청하다고만 생각했어요.


저기 나무의 높은 곳, 가느다란 가지를 쪼고 있거나 큰 나무 밑동을 오가며 쪼고 있는 광경을 많이 보았어요.

높은 가지는 둥지를 만들기에는 너무 약하고, 밑동은 너무 위험해 보였어요.


나무들이 이렇게 홀딱 벗겨진 사태를 목도하고 나서야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죽은 나무나 죽어가는 나무에 구멍을 많이 뚫어놓았습니다. 

모두 딱따구리의 소행인걸 딱 봐도 알겠습니다.

엄청 먹은 걸로 판단됩니다. 



건강한 나무도 딱따구리가 음료수통으로 많이 이용하나 봅니다. 

딱따구리는 봄이 되어 당분 많은 수액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면 거기에 10cm 정도 작은 구멍을 줄줄이 뚫고 수액을 홀짝홀짝 들이켠다고 합니다.


독일의 산림경영 지도원 페터 볼레벤의 <숲 사용 설명서>를 통해 한번 살펴볼까요?


죽어서 어둑한 숲 바닥에서 서서히 썩어 가는 나무도 딱따구리에겐 매력덩어리다. 1,000종이 넘는 곤충들이 그곳에 알을 낳기 때문이다. 창백한 애벌레들은 몇 년 동안 부스러지는 나무속을 파먹고 살다가 번데기가 되고 다시 성충이 되어 짧은 생을 살다 자연으로 돌아간다. 
이 '딱따구리의 식자재 창고'는 특히 겨울에 눈에 잘 띈다. 아무 데나 싸돌아다니던 개미들도 칩거하고, 날아다니는 곤충들도 잎을 떨군 나무껍질 밑에 숨어 겨울잠을 자기 때문이다. 
먹을 것이 궁한 딱따구리는 죽은 나무를 오래 쪼아 속살을 파낸다. 그 안 깊숙이 숨은 단백질 덩어리 애벌레는 그런 고단한 노동의 보람이 충분한 식량이다. 그래서 애벌레가 많이 숨어 있던 곳에는 완전히 부스러진 죽은 나무 조각들이 바닥에 온통 흩어져 있다.   



딱따구리들의 식자재 창고인 나무 밑에 벗겨진 껍질이 수북하다.


두산백과를 보면 딱따구리는 전 세계에 약 210종이 있다고 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뉴기니·마다가스카르·남태평양 제도 및 양 극지를 제외한 전 세계에 분포합니다. 

한국에는 개미잡이 속·청딱따구리 속·까막딱따구리 속·오색딱따구리 속의 4 속 9종이 분포합니다. 그 가운데 개미잡이·붉은 배 오색딱따구리는 철새이고 크낙새는 한국 특산종입니다. 청딱따구리는 한국과 일본 특산종입니다.


이놈은 어떤 딱따구리인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널리 이롭겠습니다.

   

나무 높은 곳에 있어서 소리가 약하고 화면도 흔들려서 아쉽다.



[네이버 지식백과] 딱따구리 [woodpecker]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67384&cid=40942&categoryId=32598
<숲 사용설명서>  http://www.yes24.com/Product/Goods/61265253


# 커버 딱따구리 사진 : Lubos Houska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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