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쓱~~ 갈아서, 턱 넣어서 10분 돌리면 끝!
아저씨 눈에는 쑥만 보이나 봅니다.
가지각색 풀 중에서 쑥을 잘도 골라냅니다.
사족 못쓰듯 달려듭니다.
쑥 캐는 인간이 되고 싶지만, 옆 인간이 먼지 어쩌고 토를 답니다.
캐고 싶지만 캐지 못하는 심정이 애틋합니다.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는 심정일 수도 있습니다.
'내 너를 먹지는 못하되, 냄새라도 취하리라.'
쑥을 뜯어서 살짝 짓이겨 코로 가져갑니다.
진하고 싸한 쑥 내가 전해집니다.
향기는 반드시 공유해야 하는 듯 옆 코에도 갖다 댑니다.
"어떤 향이야? 얼마나 진해?"
쑥이니 그냥 쑥향입니다. 흙에서 막 나와 진하디 진합니다.
인적 많은 길가에 소복한 쑥은 외면받습니다.
먼지 어쩌고, 차 매연 어쩌고 하여 캐먹고 싶지 않습니다.
소나무 우거진 숲은 쑥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냥 소나무만 고고합니다.
지난봄, 쑥캤던 첫 경험이 재미졌습니다.
쑥이 지천이었던 들판에서 쑥을 캐고 그걸로 쑥떡을 쪘습니다.
아무도 없는 야영장은 쑥 캐는 아저씨의 주무대였습니다.
손 맛이 솔솔 하고 금방 봉투에 소북 했던 추억이 돋습니다.
쑥떡을 좋아하는 아저씨가 있습니다.
진한 카키색 쑥떡에 콩고물을 듬뿍 묻혀서 먹으면 쑥향과 콩 향이 콜라보하여 싸한 단맛과 고소한 맛이 쌍으로 환상적입니다. 이러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어 눈에 띄기만 하면 사 먹고 싶었던 아저씨는 쑥떡 인생에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됩니다.
쑥떡 찌는 아저씨로 진화를 하게 된 것입니다.
"요즘 누가 집에서 떡을 만드나요?" 하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 번은 퇴근해보니 아저씨가 떡을 만들어놓았습니다.(아저씨는 그때 노는 기간이었습니다.)
뭔 이런 일이......
안 하던 짓 하는 것에는 다 뭔가 계기가 있습니다.
우리 집 쑥떡 제조의 계기는 냉동실 청소였습니다.
거기에는 잘 말려놓은 쑥이 있었습니다.
친정어머니가 주셨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몇 년을 그렇게 잠자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사를 준비하고 있던 터라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겨우 생각해낸 게 입욕제로 써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사우나에 있는 쑥탕이 생각나서 쑥을 끓여서 우리고 그걸 반신욕 할 때 넣어서 한번 써봤습니다.
그렇게 몇 번을 써도 말린 쑥이 엄청 많았습니다.
말린 뒤 그걸 꼭꼭 눌러 담아 주신 어머니 마음이 생각나 어떻게든 잘 써서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마음은 있지만 생각은 없는 그런 상태로 쑥을 처연히 바라만 보았습니다.
그걸 옆에서 지켜보던 아저씨가 '아주 창의적으로다가' 쑥떡으로 탈바꿈시켰던 겁니다.
이때부터 우리의 '쑥과 함께 하는 인생'이 긍정적으로 바뀝니다.
이런 걸 '티핑포인트'라고 하나 봅니다. 고마워요. 말콤.
저는 사실 쑥뿐만 아니라 각종 풀과 나물거리 등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습니다.
도시생활만 해왔기에 자연에 대한 환상이 많았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한 가지 꼭 해주고 싶은 게 자연을 많이 접해주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큰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시골에 집 한 채를 샀습니다.
당장 기거할 수 없는 폐가였지만 차차 적응해보자는 생각으로 4인 가족이 매주 주말에 소풍 가듯 거기로 갔습니다.
텃밭에는 각종 채소를 심었습니다.
어설프기 그지없는 농사를 지었지만 땅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일주일 만에 땅이 키워낸 농작물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어쩌다 두어 주 못 간 뒤 시골집에 들어서는데,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마당이 쑥대밭이 된 거였습니다.
쑥이 사람 키만큼 자라나 마당을 온통 뒤덮었습니다.
그냥 풀이 아니고 땅을 잠식해버린 괴물로 보였습니다.
그런 일로 쑥을 무서운 놈으로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쑥대밭은 싫어하지만 쑥떡은 좋아한 아저씨가 쑥떡 셰프로 진화하는 데는 가전이 필수입니다.
믹서기와 전자레인지가 있어야 합니다.
두 가전이 다했다고 할 수 있지만 재료 준비에 셰프의 터치가 조금 필요합니다.
재료 준비만 해놓으면 떡 찌는 건 일도 아닙니다. ㅋ
찹쌀을 불린다. 쑥과 함께 믹서기에 간다. 전자레인지에 넣는다. 10분간 돌린다.
그냥 쓱~ 갈아서, 턱 하니 넣어서 돌리면 완성!!!
셰프가 돼보면 압니다.
싱싱한 재료를 찾게 되어있습니다.
프랑스 어드메쯤 어떤 셰프는 싱싱한 재료를 위해서 각종 채소를 직접 기르는 것은 물론이고 소, 돼지 등속을 모두 키운다고 하더군요.
이제 아저씨는 그런 셰프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마른 쑥으로 시작한 쑥떡은 싱싱한 쑥을 넣은 제대로 된 쑥떡으로 나날이 발전을 하게 됩니다.
싱싱한 쑥을 구하기 위해 숲을, 산을 헤맵니다.
산에는 쑥이 정말 별로 없더군요.
그것도 잘 몰랐습니다. 모르는 게 참 많아서 배울 것도 많습니다.
숲에서는 헤매기만 했을 뿐, 쑥을 취하지는 못하고 맙니다.
쑥은 대부분 그냥 길가나 들판, 공터 주변에 있습니다.
아무데서나 자란 걸 먹을 수는 없으니까 또 정(淨)한 곳을 찾아 헤맵니다.
그러다가 숲 옆 캠핑장 주변 공터를 만나게 됩니다.
코로나로 텅 빈 캠핑장이라 쑥도 깨끗해 보입니다.
거기서 쑥을 캐다가 아저씨는 제대로 손맛을 봅니다.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쑥이 금방 봉투를 채우고 넘쳐납니다.
허리를 펼 수 없는 통증을 느끼며 농사짓는 할매들의 요통과 제대로 공감합니다.
지난해 봄의 일입니다.
올해는 '쑥 캐러 가야 하는데'하고 말만 하고 실천이 안 됩니다.
집 바로 앞 숲에 다니느라 다른 곳까지 갈 여가가 안 납니다.
소나무가 무성한 숲에는 쑥이 자라지 않습니다.
길가 쑥들은 먼지든 뭐든 뒤집어썼을 게 분명해 보입니다.
이른 아침 숲 초입에 할머니 한분이 좌판을 벌이고 있습니다.
오호, 쑥입니다.
할머니는 다른 산에서 쑥을 캐셨다고 합니다.
쑥 3천 원 어치를 샀습니다. 한 소쿠리에 2천 원인 돌미나리도 같이 콜 합니다.
그날 저녁 아저씨는 퇴근하면서 시장에 들러 한봉지에 3천 원하는 콩가루를 사옵니다.
주재료가 싱싱할 때 떡을 찔 준비를 합니다.
이제 제대로 된 레시피 나옵니다.
단디 들으셔야 됩니다. 제가 전해 들은 비법입니다.
1. 찹쌀을 씻어서 불립니다.
2. 쑥은 깨끗이 씻어 놓습니다.
3. 믹서기에 찹쌀과 쑥을 켜켜이 넣습니다. 꿀과 설탕, 소금을 입맛대로 조금씩 넣습니다. 그런 후 곱게 갈면 됩니다. 잘 갈리지 않으면 물을 조금씩 넣으세요. 녹차라테 같은 색이 나옵니다.
4. 큰 접시에 참기름을 살짝 바른 후 간 것을 붓습니다.
5. 비닐봉지로 접시를 씌운 후 전자레인지에 10분 돌립니다.
6.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콩고물을 굴리듯이 묻힙니다.
찰 쑥떡이 완성되었습니다.
어떤 부분은 조금 딱딱합니다.
전자레인지 돌리는 시간을 조금 줄여야겠습니다.
쑥떡 셰프가 1년 만에 다시 만들다 보니 감이 많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믹서기로 갈아놓은 게 반쯤 남아 있습니다.
감이 살아나 더 부드러운 쑥떡이 완성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봄 향기 가득한 숲 옆에는 쑥떡 찌는 게 일도 아닌 아저씨가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