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을 물들인 오늘의 주인공
진달래의 시간이다.
봄 숲은 잠시 진달래를 무대에 올린다.
온 숲 나무 가지 끝은 부풀대로 부풀었고
야생화는 살포시 고개를 내밀었지만
오늘의 주연은 진달래다.
이런 핑크였던 핑크는 없다.
오직 진달래만 발현해내는 고상한, 소박한 핑크다.
가녀린 가지 끝에 꽃만 달린
그래서 더 단정한, 오롯한 봄꽃
싹을 틔우기 전 숲이 얌전한, 줄기색 배경이다.
그냥 마음을 화사하게 하는
고와서 저릿해지는
잎으로 모습을 바꾸기 직전
아주 잠깐 꽃으로만 승부하는
숲을 점점이 핑크로 박아놓은
퍼스트 무버 봄꽃
외롭지만 단연 발군이다.
숲에 갑니다. 진달래가 많이 피었습니다.
하루하루 다르게 꽃망울을 올리더니 이제 만개한 꽃들이 무리 지어 한창입니다.
잎인 듯 꽃인 듯, 산삼 찾듯 찾아야 겨우 볼 수 있었던 봉오리 내민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게 열흘 되니 꽃 모양을 제법 갖추어 이곳저곳에서 고개를 내밉니다.
진달래만 보면 설레는, 걷는 인간은 마음이 들뜹니다.
어찌 저리 곱고 단정하고 우아하면서 소박 하단 말이냐.
봄꽃은 모두 그러하긴 합니다.
꽃의 서열을 매기는 건 불가능하지만 줄기 끝에 꽃 먼저 피우는 봄꽃은 단연 발군입니다.
숲에서는 진달래가 맨 먼저 왔습니다.
이곳저곳에 눈 닿지 않는 곳까지 온 산을 물들입니다.
아름드리 소나무 뒤에도 진달래입니다.
바람이 반기고
새들도 반깁니다.
다 내 맘 같습니다.
잎을 틔우기 전 오롯한 봄꽃 진달래를 만날 수 있는
'진달래의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