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린 것 같은 어정쩡한 나이들에게
얼마 전 아이가 물었다.
"엄마, 나 귀여워?"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아이에게 귀엽다는 표현은 조금 맞지 않은 것 같아 아이에게
"글쎄, 귀엽다는 표현은 초등학생 1~2학년들에게나 어울리는 것 같고..."
그랬더니 아이가,
"그럼 난 어때?"하고 물어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실제로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이제 귀엽다는 표현으로는 왠지 캔버스 위에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린 것처럼 어색한 기분이 든다. 초등학생 4학년부터 대학 입학을 앞둔 고등학생 아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문득, 어떤 알고리즘으로 그런 생각이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지난 세월호에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마지막 순간이 떠올라 가슴 한편이 묵직해졌다.
"엄마, 응?" 하는 아이의 재촉하는 목소리에 순간 하고 이들에게 가장 알맞은 단어가 떠올랐다. 묵직한 응어리를 손바닥으로 애써 꾹꾹 누르며 나는 아이의 맑은 두 눈을 보고 대답했다.
"응~ 네 나이부터 여드름 잔뜩 나는 고등학생 언니 오빠야들까지는 귀엽다는 표현보다는 이 표현이 어울리겠다."
"뭐?"
"어여쁜 내 새끼야!"
"에이~! 뭐야?" 하며 아이는 시시한 듯 코웃음을 쳤지만, 그렇지만 정말 그런 걸...
어여쁜 아이들아.
*'어여쁘다'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더니, 예쁘다는 말을 예스럽게 하는 것이란다. 하지만, 예쁘다는 표현 역시 이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예쁘다는 표현은 어쩐지 자기를 한껏 꾸밀 줄 알고, 다른 이들의 마음을 의도적으로 사로잡을 수 있는 대학생 정도나 되어야 어울리는 표현 같은 건 나만의 생각인지. 초등학생 고학년부터 나름대로는 아무리 치장을 해도 어쩐지 어쭙잖기만 한 고등학생까지는 어여쁘다는 말이 예쁘다는 말보다 훨씬 어울리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