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듯이
너는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
너는 그저 배경이었을 뿐.
하지만 너의 눈은 계속 나를 쫒았지.
나는 알지 못했어.
내가 모르는 사이 네가 그렇게 내 안으로 들어온 걸.
너는 나를 찾았지.
그때까지 나는 네가 누군지 몰랐어.
하지만 너는 나를 찾았어.
추운 겨울날, 하얀 눈이 쌓인 날.
너는 손에 라벤더 향초를 들고,
수줍은 웃음으로 나를 기다렸지.
촌스럽고 두꺼운 체크 머플러를 목에 한 번 감은 모습으로,
고장 난 표정과 말투로.
내 손을 잡고, 너는 스케이트를 타러 가자고,
타지도 못하는 스케이트를.
너는 몇 번씩이나 넘어지면서
내 손을 놓지 않았지.
모텔 사이 수평선 너머로 지는
주황색 태양을 보면서,
방파제 위 매서운 바람이 부는데도,
너는 내 손을 놓지 않았어.
우리는 웃었어.
너의 눈은 나를 쫓고, 나의 눈은 너를 찾기 시작했지.
무릎까지 쌓인 눈을 헤치고 동물원 구경을 하면서,
우리는 웃었지.
동물들이 보이지도 않는데도
놀이기구가 무섭게 떨어지는데도.
수많은 밤, 수많은 낮,
우리는 함께 걸었지.
손을 꼭 잡은 채로
허브향이 가득한 정원에서,
스트로브잣나무 숲길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 가득한 번화가에서,
나는 너의 눈을 찾았지.
나는 너를 보았지.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바닷가 허름한 모텔에서
서로를 꼭 껴안은 채.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릴까 걱정하지도 못할 만큼 크게.
너의 눈을 보면서,
이 모든 게 다 꿈인 듯이
모든 게 다 허상인 듯이
어쩔 때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했지.
너와 함께 있는 동안
너와 눈을 마주하며 웃는 순간
투명한 유리잔에 담긴 차가운 물이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에 울리는 순간
문득 사라지지 않을까.
내가 모르는 사이 너는 그렇게 가득 담겼지.
어쩌면 그대가 당연한 듯 바라봐주고
그대가 두 팔로 나를 안고
두 눈으로 나를 담고
말없이 나를 찾고
그대 내게 웃어줘요.
처음 나를 쫓았던 그 눈을
내게 들려준 그 목소리를
내 손을 잡았던 그 따뜻함을
나를 향해서만
내게만.
꿈이 되지 않도록
어쩌면 당연한 듯이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이
허상이 아니라고.
나를 향해 웃어줘요.
당연한 듯이.
<표지 일러스트: Akira Kusar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