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또 내일도
오랫동안 나무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나는 나무를 외면했습니다. 그 푸르름이, 광대함이, 견고함이, 생명력이 내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나무는, 내가 오몽이와 함께 했을 때 언제나 같이 있었습니다. 오몽이가 떠난 후, 나무도 내겐 없는 것이었습니다. 오몽이와 산책하면서 나무도 함께 산책했습니다. 오몽이가 땅에 코를 박고 땅 밑으로 뿌리를 뻗은 나무의 생명력을 들이마시는 모습을 나는 보았습니다. 흙냄새, 나무 기둥 냄새, 땅에 떨어진 나무껍질, 나뭇잎, 열매, 그리고 여름비에 후드득 떨어진 봄의 꽃 냄새를 오몽이는 맡고 다녔습니다. 나는 그런 오몽이를 보았습니다. 웃음이 나고, 나무를 찍었습니다. 오몽이가 나무고, 땅이고, 꽃이고, 비고, 흙이고, 생명이었습니다.
오몽이는 산책을 참 좋아했습니다.
오늘
오랜만에 나무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늦장마를 치르는 계절에 취해서인지, 아니면 오몽이처럼 땅에 코를 박고
비에 젖어 더욱 깊고 풍부하게 생명의 냄새를 머금고 있는 흙냄새를 맡는 토란이 때문인지,
문득 든 시선 안에 비를 머금은 나무들이 담겼습니다.
그리고 오몽이가 생각이 났습니다.
오몽이가 떠난 후 처음으로 오몽이에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안녕, 오몽아.
계수나무를 보고, 오몽이를 떠올렸습니다.
오몽이가 자주 다니던 산책길을 찍었습니다.
그 산책길에 이제 토란이가 있습니다.
오몽아, 엄마가 좋아하는 비가 내리고 있어.
하늘이 낮고, 온 세상이 투명한 회색빛 안에 갇혀 있어.
투명한 회색빛 안에서 세상은 더욱 선명하게 보여.
너와 함께 있을 때 찍으러 다녔던 나무들이,
물기를 가득 머금은 채, 땅과 가까워지는 시간이야.
그동안 너는 없었는데,
오늘 문득 너가 다시 찾아왔구나.
귀를 축 늘어뜨리고 맑은 눈을 한 채 무심하게 꼬리를 흔들고 있어.
엄마는 너의 모든 순간을 기억해.
그 기억이 너무 깊고 선명해서, 그동안 너는 없었어.
너무 아파서 너는 나무와 함께 회색빛으로 타버렸어.
오늘, 늦장마가 그 바랜 빛을 다시 선명하게 씻어내는구나 오몽아.
너가 찾아왔어.
반갑게. 웃으며. 안녕, 엄마 하며.
엄마 곁에 머물러줘서 고마워.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그동안 너를 지워버려서,
그럼에도 다시 찾아와 주어서,
고마워 오몽아. 나의 오몽아.
엄만 내세를 믿지 않고, 부활을 믿지 않는데,
너로 인해 내세를 믿고 부활을 믿는단다.
다시 널 만날 날을 기다리며,
토란이와 함께
내 마음속 너와 함께.
나무 사이를 누비며, 그렇게 살아갈게.
비 온 후 더욱 짙어지는 푸르름의 냄새가, 오몽이의 냄새가 납니다.
여전히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있는 나의 강아지,
나의 사랑.
내일도 또 내일도 만나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