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나의 작은 생강 발 후기
브런치 스토리에 연재소설로 올리는 이번 단편이 잘 풀리지 않아 2주 동안 오른쪽 어깨에서 목덜미로 이어지는 부위가 묵직하게 무거웠다. 아ㅡ 그녀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이번에 그녀는 좀 어렵네. 당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성장배경도 명확하고 현재 삶의 모습도 명확한데, 도통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 그녀 주변의 인물들도 어떤 사람들로 포진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보통은 첫 문장을 떼고 또는 중반부까지 이야기를 쓰다 보면 나머지는 저절로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그래서 다 쓰고 보면 전혀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어서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는데, 이번의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왜인지 나에게 의지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엘리트에 외모도 수려하고 목표도 뚜렷한 여성인데,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전전긍긍하게 되는 느낌이랄까. 노트북을 펼쳐놓고 그녀를 이런 상황에 놓아보기도 하고 저런 상황에 놓아보기도 했지만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모든 설정이 완벽하게 이루어졌는데 왜 이야기가 흘러가지를 않는 거지? 글을 쓰다가도 문장이 이어지지 않고 계속 끊어지는 기분은 명치에 돌덩이가 걸려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그 알싸한 답답함이랄까. 나의 문장은 옛날이었다면 하얀 종이가 너덜너덜해지도록 지우개질 당할 만큼 뒤로 삭제됐다가 간신히 한 문장 완성되었다가 다시 세 문장 삭제되었다가 종국에는 문단이 통째로 증발하기를 여러 번이었다.
그러다가,
답답한 대로 가보자, 정 과장.
나는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었고, 그녀는 영혼이 없는 얼굴로 내 손가락 끝에 매달려 질질 끌려왔다. 그런데 그게 너무 고통스러웠던지 그녀는 그대로 혼절해버리고 만다.
그러고는 묵직한 어둠 속에 오랫동안 잠든 그녀가 깨어난다.
비로소 영혼을 담고.
비록 그녀의 몸은 불완전해지고 망가져 버렸지만, 그 망가진 껍데기 안에 그녀는 비로소 명확하고 명료한 의식을 담는다.
그다음부터는 그녀가 이야기를 끌고 나갔다. 온전한 그녀의 이야기.
나는 그녀를 환영한다.
안녕, 생강 발.
그나저나 나의 상부승모근 -사전을 찾아보니 목덜미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근육에 이렇게나 학술적인 이름이 있었다- 에 온 담은 반대로 한동안 꿈쩍없이 그 자리를 떠나지 않을 작정인 것 같다. 이 녀석은 뭐, 억지로 끌고 갈 수도 없고...... 담 넘어 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