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이미 작가가 되어 한땀 한땀 시간을 들여 완성했는데, 이렇게 올리고 보니 결국 습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작품이네요 ^^;
그림을 그리는 두 달 동안 주위로 많은 일들이 소용돌이쳤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고여 있어 그런지 소용돌이의 힘을 빌어 물길을 트지도 못하고 댐 밖으로 넘치지도 못했네요.
고인물은 그저 그 웅덩이에서 소용돌이치다 다시 무겁게 가라앉을 뿐이었습니다.
지리하고 답답하고 울분이 터지다가 저 혼자 지치고 절망했다가 이러면 안되지 조금이나마 상체를 일으키는 나날입니다.
일을 멈춘다는 건 우주가 공전하기를 멈춘는 것과 같은 의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로 가야할 지 어떻게 물길을 터야 할 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와중에 딸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그동안 저 혼자 조용히 삭혔던 마음들이 터져나왔습니다. 어쩌지도 못하고 넘쳐 흘러나오는 딸아이의 마음들을 주워담으며 바라봅니다. 딸아이의 넘쳐 흐른 마음들이 새로운 물길을 만나 멀리 멀리 저 넓은 바다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구요. 푸른 바다에서 청새치도 만나고 흰긴수염고래도 만나고 정어리 떼도 만나고 새우도 바다거북도 가오리도 만나서 저만의 세상을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구요. 넘실대는 물결 모양이 저마다 다 다르듯이 그곳에서 자유롭게 사유하며 유연하게 살아나갔으면 좋겠다고 말이지요.
좌> 가운데 꽃잎과 화분이 선생님이 그리신 것 우> 내가 그린 화분과 꽃잎의 바림 그 차이에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갖가지 소용돌이에 고인물이 뿌옇게 흐려질 때, 그 뿌예진 물에 익사하지 않게 한 유일한 시간이 민화를 그리는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어째 결과는 그리 명료하지 않은 것 같아 조금 아쉽네요^^;
언젠가는 점점 더 청명하고 명료해지겠지요. 그때 저의 고인 마음도 물길을 터서 맑은 물이 흐르는 시냇물에 섞이기를 바라봅니다.
좌> 선생님께서 표현한 나뭇가지 무늬 우>내가 표현한 나뭇가지 무늬 : 차이가 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똥손인 나자신에게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