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지는 엄마와 일어나려는 아들

by ECONN 에콘

둘째인 아들은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본인보다 작은 아이임에도 강한 성격의 아이들에게 맞고 들어왔다.

어떤 날은 다른 아이가 때리면 손으로 막는 방법을 설명해 주어도, "엄마, 손으로 막았는데 발로 찼어, "라며 울고 들어왔다.


일찍 태권도를 가르쳤다. "얍, 얍"이라는 구호와 매서운 눈빛으로 다른 아이들의 괴롭힘을 무사히 견디고 오는 날이 많아졌다.

태권도 유단자가 되고 지루해하는 아이를 복싱을 가르쳤다. 코로나가 오고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이 많아지자 아이들의 괴롭힘에서 멀어진 아이를 위해 정말 하고 싶은 체육을 물어봤고 유도로 결정되었다.


아들은 그렇게 유도를 5년 차 배워 대회에 나가 동메달정도는 따는 아이가 되었다.


몸이 다부져졌다.


그럴수록 내 가르침은 더 강해졌다.

"넌 몸을 쓰면 안 돼. 넌 여러 무도의 유단자야. 너 자신과 누군가를 보호할 때만 네 몸을 쓸 수 있어. 넌 절대 먼저 몸을 먼저 쓰면 안 돼, "


1년 전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다.

한 동안 시무룩하게 하교하는 아이를 다그칠 수 없던 며칠이 지나고

담임 선생님의 전화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이다.

옆 반의 유달리 말로 뾰족한 아이가 아들을 말로 공격했다 한다.

"너의 엄마 조두순 와이프지?"가 대표적인 공격말이었다고 한다.

"어머님, 이 말이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위의 말입니다. 더는 말씀드리면 어머님께서 상처받으셔서 드릴 수가 없어요. 그런데 아드님께서는 그 계속된 언어폭력에 단호하게 대했습니다." 담임선생님의 말씀이셨다.

"난 무도인으로서 몸을 쓸 수 있지만, 무도인의 예의를 지킬 거야!" 아들의 명쾌하고 단호한 대처로 몸싸움 없이 조두순 운운하는 말에도 폭력을 빗겨나갔고, 처벌을 원하시면 대처해 드리겠다는 담임선생님께 엄마인 나도 아들이 몸과 마음을 쓰는 큰 배움을 얻었으니 넘어가자 일단락이 됐었다.


지금까지는 지난 이야기들이다.


중1이 됐다.

다부진 몸매에 키카 큰 아들은 자랑이라도 하듯(내 입장), 너무 덥다며 웃통을 벗고 팬티만 입고 저녁 식탁에 앉았다.

씩~하고 웃는데, 보조개 들어간 얼굴에 저 몸이라니... 중1을 기록해 놓고 싶어 웃통에 맨 몸인 아들의 사진을 찰칵거렸다.


발단은 이때부터였다.


아들의 순간을 기록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과 수치스럽다는 아들의 마음이 충돌했다.

내 전화기를 빼앗아 나보다 키가 큰 이점을 활용해 공중에서 본인이 맘에 안 들던 어린 시절 사진까지 지우기 시작한 아들과 기록을 사수하겠다는 내 몸싸움이 시작됐다.


어느 순간 공중의 내 전화기를 뺏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들의 몸짓 한 번에 내 몸이 붕 떴고,

난 2미터 정도를 날아 마루의 어느 지점에 머리로 낙하했다.


급작스레 내 머리통 전체가 볼링공만 하게 커졌다. 기억은 아들이 내 머리통을 붙잡고 울부짖으며 119를 부르는 것이고,


세세한 기억은 구급차 안이다.


사고 경위를 물어보시는 대원에게 나는 당연히 아들과 몸싸움을 했다 이야기했다.

"상해로 하시겠습니까. 사고로 하시겠습니까? 아들이 경찰 조사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늘이 무너져 내려도 난 다시 그리 이야기했겠지만,

"물을 밟고 미끄러졌습니다."

구급대원 분은 당연한 듯 받아 적으셨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정말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다행히 난 뇌출혈은 없었고, 현재 야구공만 한 핏멍울을 뒤통수에 지고 있다.



**마음 한철-박준**


미인은 통영에 가자마자

새로 머리를 했다


귀 밑을 타고 내려온 머리가

미인의 입술에 붙었다가 떨어졌다



내색은 안 했지만

나는 오랜만에 동백을 보았고

미인은 처음 동백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리 여기서 한 일 년 살다 갈까?"

절벽에서 바다를 바라보던 미인의 말을



나는 "여기가 동양의 나폴리래" 하는

싱거운 말로 받아냈다


불어오는 바람이

미인의 맑은 눈을 시리게 했다


통영의 절벽은

산의 영정(影幀)과

많이 닮아 있었다


미인이 절벽 쪽으로

한 발 더 나아가며

내 손을 꼭 잡았고


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미인의 손을 꼭 잡았다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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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시인의 '마음 한 철'을 읽으며 다잡아 본다.


내가 아들에게 주었던 마음은 통영가기 전 마음이라고,

내 마음과 정성이 이제 저 아이를 키웠을 한 철의 사랑이었다고.

사춘기 아들에 난 스러졌고,

아들은 딛고 일어서려 한다.


끝내 쓰던 마음을 이제는 지난 철 묵은 감정으로 내려놓고 지켜만 보려 한다.


난 스러졌지만

기필코 다른 방법으로 일어설 테고,

아들은 이제 일어나지만

필연코 수없이 스러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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