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할 때 우리는 내 짐을 다른 사람에게 대신 들어 달라고 하지 않는다. 목적지를 대신 정해 달라고 하지도 않고 남이 계획한 대로 똑같이 따라하지도 않는다. 길에서 누군가 만나면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각자 가야 할 길로 돌아간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꾸 다른 사람에게 내 짐을 대신 지우려 하고 결정권을 미루고 남의 시선에 갇혀 자기 방식대로 살지 못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여행을 떠났다. 내 의지와 용기를 회복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 카트린 치타,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혼자 떠나는 여행은 삶을 바깥에서 바라보게 한다. 익숙한 자리를 벗어나면, 그동안 너무도 당연했던 질문들이 다시 떠오른다. 나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가. 이 짐은 정말 내 것인가. 그리고 이 길은, 정말 내가 선택한 길이었는가.
일상 속에서 우리는 자주 ‘나’를 미루곤 한다. 타인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때로는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불안함 때문에. 결정은 남에게 넘기고, 책임은 흐리며, 나의 삶마저 사회가 정해준 틀 안에 조용히 눌러 담는다. 그러다 어느 날, 아무도 모르게 심호흡을 반복하며 이렇게 속삭인다. “나는 지금 괜찮은 걸까?”
현실에서의 '짐'은 물건보다 훨씬 무겁다. 때로는 타인의 기대가, 때로는 스스로 세운 기준이 짐이 된다. “이 정도는 해야지.” “이렇게 살아야 맞는 거야.” 그런 말들 속에서 나는 나의 진짜 욕구를 외면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 무게를 남 탓으로 돌리려 할 때도 있었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데 왜 나만 책임져야 하느냐고. 하지만 여행을 떠나면, 짐은 나 혼자 지는 게 당연하다는 걸 몸으로 느낀다. 그것이 무거우면 줄이면 되고, 필요 없으면 버리면 된다. 그러면 오히려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결정도 마찬가지다. 여행 중에는 누가 대신 정해주지 않는다. 언제 일어나고, 무엇을 먹고, 어디에 머물지는 오로지 나의 몫이다. 작은 결정들의 연속은 나를 삶의 주인으로 만든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 결정을 타인에게 넘긴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실패했을 때 책임지기 싫어서, 또는 누군가를 실망시키기 싫어서. 하지만 결국 그렇게 미룬 선택들은 나를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든다. 나 자신에게서.
그래서 나는 길을 나선다. 누구의 시간표도 아닌, 오직 나만의 리듬으로 걷기 위해. 목적지도, 머무는 시간도, 속도도 모두 내 마음에 달려 있다. 짐이 무거우면 내려놓고, 길이 멀면 쉬어간다. 아무에게도 묻지 않고, 오직 나에게만 묻는다. “지금 너는 무엇을 원하니?”
혼자 하는 여행은 외로움을 감내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삶의 중심을 조용히 회복하는 시간이다. 내가 선택한 길을 걷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짐을 짊어진다. 이 단순한 진실을 우리는 일상 속에서 자주 잊는다.
길 위에서 내가 가장 자주 되뇌는 말은 이것이다.
“나는 나에게 솔직했는가?”
여행은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게 해준다. 세상의 소음에서 잠시 멀어질 때, 내 안의 목소리가 조금 더 또렷이 들린다. 그래서 나는 삶이 무거워질수록 다시 떠나야 한다. 누군가에게 기대기보다, 스스로를 다시 마주하기 위해.
나는 다시, 나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걷는다.
가장 솔직하게, 그리고 조용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