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덜 단정한 삶이 주는 자유

by 선율

“생각만 해도 마음이 조급해지던 2분 샤워는 오히려 내게 느긋함을 선물해 줬다. 그리고 그동안 생각한 청결함의 기준에 다시 생각하게 했다.
땀 좀 흘려도 괜찮고, 가방 좀 바닥에 내려놔도 괜찮고, 맨바닥에 앉아도 괜찮다. 멋 좀 부리지 않아도 괜찮다.
괜찮아지는 것이 많아지면서 왜 그동안 그것들이 괜찮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아니 생각조차 해보지 않고 당연히 괜찮지 않다 생각한 것들이 많았는지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 박상아, 『아무튼, 요가』


요가는 생각보다 조용한 혁명이었다.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 건 단지 근육을 단련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내면의 감각들이 함께 깨어났다. 처음엔 땀이 불편했다. 매트에 떨어진 땀 자국이 신경 쓰였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민망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괜찮다'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자리 잡았다.


요가를 하며 알게 된 건, 나 자신을 대하는 방식이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나에게 얼마나 많은 기준과 평가를 들이대며 살아왔는지. 몸을 피곤하게 하는 것보다 더 고단한 건, 그 기준을 지키려 애쓰는 마음이었다.


왜 맨바닥에 앉으면 안 되는 걸까? 왜 땀 흘리는 건 부끄러워야 하는 걸까? 그 많은 '당연함' 속에는 사실 내가 만든 작은 감옥들이 있었다. 가만히 앉아 호흡을 들여다보다 보면, 그 감옥의 문이 천천히 열린다. 허리를 굽히며 땅 가까이에 앉고, 손끝에 집중하며 균형을 잡고, 넘어진 자세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그 반복 속에서, 나의 기준도 천천히 부드러워졌다.


조금 지저분해도, 조금 느려도,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 아니, 그 '조금' 덕분에 우리는 더 인간다워질 수 있다. 완벽한 척하는 삶보다 진짜 숨 쉬는 삶이 훨씬 더 아름답다. 나를 조금 더 괜찮다고 여기는 연습. 그것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자기 돌봄이 아닐까.


우리는 왜 그렇게 ‘단정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믿었을까. 책상은 늘 반듯해야 하고, 표정은 흐트러지지 않아야 하며, 말투는 깔끔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생각. 어쩌면 단정함은 불안의 다른 이름이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정리함으로써 통제받는 안정감을 느끼고 싶었던 것. 하지만 삶은 늘 예측 불가한 방향으로 흐르고, 그 안에는 감정도, 실수도, 유연함도 함께 존재한다.


덜 단정해질수록 내 삶은 조금씩 숨통이 트였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 정답이 없는 대화, 침묵 속에 머물러 있는 고요함. 그런 것들이 나를 단단하게 했다.


이제는 2분의 샤워조차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이다. 조급함 대신 여유를, 불안함 대신 수용을 택하는 그 짧은 순간들이 하루를 바꾼다. 요가 매트 위에서 배운 이 연습은 이제 내 삶 곳곳에 번지고 있다. 무언가를 잘 해내야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깊은 의미를 갖는다.

오늘도 나에게 속삭인다.


“괜찮아,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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