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는 “가장 효율적인 노동자는 하루를 일거리로 가득 채우지 않으며 편안함과 느긋함에 둘러싸여 일한다.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 또한 매일 세상 모든 일을 어깨에 짊어진 얼굴을 하고 근면함과 성실함을 훈장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이 열심히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일정으로 꽉 찬 달력을 갖는 게 우리의 목표인가? 핵심에 집중하려면 소로의 말처럼 일을 많이 하지 않아야 한다. 느긋하게 하는 사람이 무엇이든 열심히 한다.
— 팀 페리스, 『타이탄의 도구들』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멈춰 서서 한참을 곱씹었다. 마치 조용한 일침을 받은 듯, 나의 하루가 떠올랐다. 정돈된 플래너, 촘촘하게 채운 일정, 하루를 끝내고도 뿌듯함보다 ‘아직 다 못했다’는 자책이 앞서는 마음. 열심히 사는 게 미덕이라 여겼지만, 정작 무엇을 향해 그렇게 달리고 있었는지 혼란스러웠다.
우리는 ‘바쁘다’는 말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그것은 성실함의 징표처럼 여겨지고, 소중한 가치를 생산해 내는 듯한 착각을 준다. 하지만 그 바쁨은 종종 본질을 가린다. 우리는 정말 중요한 일보다 급한 일에 휘둘리고, 마음의 평온보다는 외적인 성취에 쫓긴다. 결국 중요한 일은 미뤄지고, 자기 자신과의 약속은 매번 후순위로 밀린다.
소로가 말한 '느긋함'은 단순히 여유를 즐기자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본질을 바라보는 태도이고,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다. 팀 페리스가 그 문장을 되새기며 말했듯, 느긋한 사람만이 무엇이든 열심히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여유 속에서 생기는 집중은 억지로 몰아붙이는 에너지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삶의 속도를 줄이기로 결심했다. 예전엔 일정을 빽빽이 채우는 것이 성취감을 준다고 믿었지만, 이제는 하루에 한두 가지 일만 충실히 해내도 충분하다고 여긴다. 남는 시간은 나를 위한 시간으로 채운다. 산책을 하거나, 차를 마시거나, 그냥 멍하니 있는 시간들. 그런 순간들이 오히려 내 글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삶의 감각을 되찾게 해준다.
느긋함은 게으름이 아니다. 그것은 나의 리듬을 아는 것이다. 타인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의 호흡에 맞춰 걷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중심을 지킬 수 있다. 바쁨 속에선 놓치기 쉬운 생각들—내가 지금 잘 가고 있는가, 이 일이 정말 필요한가, 나는 지금 행복한가—를 되묻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멈추고, 느긋해져야 한다.
오늘도 나는 하루의 시작에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을 하나만 고른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일부러 비워 둔다. 그 비어 있는 시간이 나에게 여유를 주고, 여유는 다시 나를 살아 있게 만든다. 느긋함은 삶을 가볍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더 깊이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나는 지금, 나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는가?”
그 질문 하나가 나를 다시 중심으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