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 대부분은 실용적인 조언이나 충고보다는 오히려 따뜻한 맞장구를 원하는 게 아닐까? 오래 살며 이런 저런 경험을 쌓다보니 점점 그렇게 되었다. 게다가 결론이란 것은 대부분, 이쪽에서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쪽에서 이미 결정한 다음 멋대로 찾아오는 것 같다. 그러니 나로서는 되도록 예쁜 방석을 준비해 두고 조용히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오지 않으면 오지 않는 대로 그건 뭐 할 수 없다.”
— 무라카미 하루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살다 보면 누군가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는 사람이 간절할 때가 있다. 무언가를 해결해주거나 대단한 조언을 바라는 건 아니다. 그저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겠다”라는 말 한마디가 마음의 주름을 펴준다. 그런 순간, 우리는 말보다 마음의 온도를 건네받고 싶은 것이다.
예전의 나는 누군가 고민을 털어놓을 때마다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었다.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 제시하고, 조심스럽게 충고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종종 어색한 침묵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그냥 내 얘기만 들어주면 안 돼?” 그 말이 내게는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예쁜 방석을 준비해 두고 조용히 기다리는 마음’을 이야기한다. 상대가 자신의 결론을 찾아올 때까지, 조급하지 않게, 다그치지 않고 기다리는 것. 이 말 속에는 사람을 대하는 근본적인 태도가 숨어 있다. 관계란 결국 서로를 이해하려는 기다림의 예술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내게 마음을 열었다는 건 이미 그만큼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신뢰를 어설픈 판단이나 조언으로 덜컥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방석을 깔고 앉아 있는 쪽을 택하고 싶다. 어쩌면 그 사람도 스스로 답을 알고 있고, 다만 그 결정을 확신하기 위한 여정에 내가 함께 있어 주길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요즘 나는 대화의 기술보다, 함께 있어주는 태도에 더 마음을 둔다. ‘예쁜 방석’은 구체적인 물건이 아니라, 따뜻한 시선이고, 서두르지 않는 자세이고, 조용한 공감이다. 그런 자세로 기다릴 수 있다면, 오든 오지 않든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
누군가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일은, 때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그저 내 옆에 앉아 있어도 좋다고, 언제든 머물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그리고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나만의 예쁜 방석을 하나 더 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