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있는 만남만이 진짜 만남이다

by 선율

“우리가 진정으로 만나야 할 사람은 그리운 사람이다. 한 시인의 표현처럼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그런 사람이다. … 마주침과 스침과 지나감에는 영혼의 메아리가 없다. 영혼에 메아리가 없으면 만나도 만난 것이 아니다.”
— 법정, 『스스로 행복하라』


살다 보면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직장 동료, 오래된 친구, 어쩌다 마주친 이웃까지. 하지만 그 모든 만남이 내 안에 자취를 남기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사람, 그리워지는 사람, 문득 떠오르며 마음 한쪽이 따뜻해지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법정 스님의 이 문장을 읽고 나서, 나는 그런 사람들을 떠올렸다. 바쁜 일상에 치여 잊고 지내다가도 어느 순간 문득 보고 싶어지는 사람. 같이 있어도 더 가까이 가고 싶고, 멀리 있어도 곁에 있는 듯한 그런 사람. 그리움이란, 물리적 거리와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정서적 울림이라는 걸 이제야 알 것 같다.


그리움이 있는 관계는 기다림과 설렘이 공존한다. 당장 만나지 않아도 괜찮고,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믿음이 있다. 마음이 먼저 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과의 만남은 단순한 ‘스침’이 아니라, 내 영혼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 된다. 그리고 그 만남은 늘 나를 조금 더 선한 쪽으로 이끌고,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든다.


반면, 그리움 없는 만남은 어떻게 다가올까. 아무리 자주 얼굴을 마주하고 말을 나누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의무적으로 이어가는 관계, 정해진 루틴 속에서 소비되는 말들과 시간들. 그런 만남은 지나가고 나서도 아무 감정이 남지 않는다. 법정 스님이 말한 '영혼의 메아리'가 없는 만남이 바로 그런 것이리라.


나는 이제 만남의 빈도보다 그리움의 깊이를 더 소중히 여긴다. 자주 보지 않아도, 자주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내 마음속에서 그의 존재가 그리움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면, 그건 이미 충분한 연결이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다. 곁에 있어도, 떨어져 있어도 그리워지는 사람. 영혼이 반응하는, 진짜 만남이 가능한 사람. 그런 관계 하나쯤은 이 복잡한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갈 힘이 되지 않을까.


그리움은 때로 고요하고, 때로 아프다. 하지만 그 아픔마저도 삶을 더 깊게 만들고, 우리의 존재를 조금 더 진실하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문득 떠오르는 그 사람에게 속으로 인사한다.


“잘 지내고 있지? 나도, 그리워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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