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을 배우는 시간

by 선율

커뮤니케이션은 스킬이라기보다는 태도의 영역이라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와의 만남이나 대화가 중요한 것은 우리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기록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인생이 언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람이다.
– 이승희, 『기록의 쓸모』


살아오며 가장 큰 전환점이 되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면, 책이나 영화보다는 결국 '사람'이 중심에 있었다. 어떤 날은 예상치 못한 한마디가 내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오래된 친구의 조용한 침묵이 내 안의 혼란을 정리해주기도 했다. 그러니 결국, 삶은 사람을 통해 배우는 것 아닐까 싶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기록한다. 여행의 순간, 일상의 단편, 책 속 문장. 하지만 사람과의 대화를 기록하는 일은 드물다. 너무 일상적이고, 너무 사소해서일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사소함 속에 우리의 감정과 관계, 그리고 마음의 방향이 담겨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한 시절의 나를 알아주는 유일한 증거가, 때론 그 대화였음을 뒤늦게야 알게 된다.


내가 누군가에게 무심코 건넨 말이 그 사람의 상처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아무렇지 않게 흘린 농담이 그의 마음을 조금은 편하게 해주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사람은 사람을 바꾸고, 때론 구원한다. 그 영향은 아주 조용하고 느리지만, 결국 가장 깊은 곳에 닿는다.


그래서 나는 이제, 사람과의 만남을 더 소중하게 바라보려 한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에, 설명하는 것보다 이해하는 것에, 증명하는 것보다 공감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상대방의 말투, 시선, 머뭇거림을 기억하는 사람이고 싶다. 그것이 곧 내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자, 나를 대하는 태도일 테니까.


누군가와 나눈 말이 오래도록 내 안에 머물렀던 적이 있다면, 그건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마음의 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흔들림을 자주 느끼고 싶다. 흔들릴 줄 안다는 것은 결국, 아직 배우고 있다는 뜻이니까.


사람을 통해 배우는 삶. 그 불완전하고 감동적인 수업을 우리는 매일 받고 있는 중이다. 기록은 그 수업의 필기이고, 그 안에서 우리는 조금씩 나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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