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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될 거야"라고 읊조리는 주문이 있다

5월이면 브런치 1년

by 김희영
사진 김희영




취미를 찾았다.


나의 취미는 무엇인가, 며칠을 고민해 보았지만 딱히 새로운 취미를 만들 필요는 없었다.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글쓰기였으니까. 어제는 나의 단골 카페에서, 내가 사랑하는 녹차라떼를 마시며, 내가 좋아하는 글을 썼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어쩌면 자기계발 서적에서 숱하게 강조하던 그 "취미활동" 일지도 모르겠다고.


나는 브런치 작가라는 거대한 타이틀을 달만큼, 대단한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다. 그저 글쓰기를 좋아하는 한 사람일 뿐이다. 꿈을 이룬다기보다, 즐거운 일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 쓴소리와 단소리의 사이에서 성장하며, 조금씩 글의 틀을 다듬어 간다는 것에 감사해하며.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언 1년이 다되어 간다.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나만이 끄적이던 글보다는 훨씬 나은 시간이었다.




브런치를 시작하기 이전에 나에겐 "안될 거야"라는 주문이 있었다.


타인에게 보이는 글을 쓰지 않다 보니, 스스로 무덤을 파고 그 속에 들어가는 글들을 많이 썼다. 죽음에 대해, 철학에 대해, 우주에 대해, 나라는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모든 것의 결론은 결국 "안될 거야"였다. 나는 너무나도 소박하고 작은 존재이기 때문에, 무엇을 해도 안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사람들에게도 비추어졌다. 꿈? 꿈 따위 어쩌면 이루기 어려울지도 몰라,라고. 부정하는 사람들을 그렇게도 싫어하던 내가, 그렇게도 부정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러다 타인에게 보이는 글을 쓰면서부터 나의 마음가짐이 조금씩 달라져갔다.


브런치를 만나기 이전에 내게 글이라는 것은, 특히 책이라는 것은 소통 단절의 기본이었다. 독자는 책을 읽었지만, 작가와 작품에 대해 논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브런치를 만나면서 나는 글도 "나눔"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됐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책자나 문자만을 찍어내던 페이퍼의 시대에서 한층 발전된 모습일 것이다. 놀랍다. 작가와 독자가 대화하는 소통의 장이 있다는 것이.


나는 사실 글을 쓰면서 치유받고 있다고 했지만, 정확히는 "브런치"를 쓰면서 나아졌다. 부정적인 가면을 벗겨 준 것은 내가 쓴 글이 아니라, 내 글을 읽은 독자들의 응원이었다. 고독하게 글을 쓰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야기하며 발전하고 고쳐나가는 글쓰기도 중요했다. 그래서 브런치는, 특히 이곳에서 만나는 독자는 내게 더없이 소중한 인연이다.


주변에서 "넌 안될 거야"라고 말하기 시작하면 나는 꼭 안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잘 될 거야", "넌 할 수 있어"라는 응원을 들으면, 나도 조금씩 그 기운에 물들어 갔다.


나에게는 나 스스로 읊조리는 주문이 있다.

그것은 독자들과의 만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주문이다.


"잘 될 거야."


난 오늘도 잘 될 거라는 모두의 응원에 조금씩 힘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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