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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편지

by 김희영

※ 매거진 [notitle]에 한 달에 한 번 연재되는 편지 시리즈입니다.

@Pixabay


to.


너는 내게 이 밤이 그렇게도 무섭냐고 물었어.


"두려워. 무서워."


왜냐고 물었지만, 난 차마 네 물음에 대답할 수 없었어. 이 사실을 말해버리면 네가 내 곁을 홀연히 떠나버릴 것 같았거든.


난 무서워.


하얗게 빛나는 달도 그저 차갑고, 스산한 공기는 대낮의 따뜻함을 집어삼켜버린 것만 같아.


이 밤, 어둠이라는 야수가 내린 추운 밤 홀로 서 있는 것도, 햇살 아래 밝게 웃던 벚꽃의 하얀 치아가 어둠을 적시고 짓는 붉은 웃음도 무서워. 기분 좋은 흙내음도 밤에는 축축해져서 뭉건히 내 발뒤축에 붙어. 기분 나쁘고 찝찝한 느낌. 그래서 나비도 4월의 밤이면 어디론가 도망쳐버리나 봐. 어둠에 물들지 않으려고.


나도 무서워. 이 밤이 나도 삼켜버릴까 봐. 쇠약해진 쇄골 틈으로 시꺼멓게 차오를까 봐, 겁이나.


참 바보 같지, 별 것 아닌 것에 이렇게 무서워하는 것이.


그래서, 그래서 나는 네가 내 곁에 있었으면 해.


이 어둔 밤, 날 날름 삼켜버릴 것 같은 들짐승의 눈빛으로부터 나를 구해줘. 4월이라서, 봄이라서 그런게 아냐. 그저 이 숱한 밤들을 혼자 지새우는 것이 무서워서 그래. 이불 안에도 무언가 있을 것 같아. 너라면, 너와 함께라면 모든 두려움을 잊고 잠이 들 수 있을 것 같아. 너라면, 그래. 너와 함께라면.


꽃이 낭만이라는 마법을 부리는 4월이지만, 검은 밤의 4월엔 이런 것들도 속수무책이야. 네가 없는 봄 밤은, 꽃도 향기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로망일 뿐.


찬란한 이 봄 밤이 왜 무섭냐고 너는 물었지.


사실,


네가 내 곁에 없어서 난 이 밤이 무섭다.


너만 내 곁에 있다면, 내 밤은 네가 좋아하는 대낮의 봄으로 아롱다롱 물들 수 있을 텐데. 은하수와 오로라, 오색의 밤 물결로 가득가득 차오를 텐데. 시들어버린 낭만도 다시금 활짝 피어오를 텐데.


이 4월의 편지는 이제 친구라는 이름으로 달아나지 말았으면 하는, 아니 그 선으로 나 자신을 옭아매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써 내린 편지야.


밤이면 자꾸만 네가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가슴이 아파.


그래서, 봄의 밝은 기운을 불어넣어줄 네가, 나는 참 간절하다.


보고 싶어.


좋아해.


4월, 아프고 아픈 이 깊은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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