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거진 [notitle]에 한 달에 한 번 연재되는 편지 시리즈입니다.
to.
나는 오늘이 올 줄 알고 있었다.
주욱 늘어진 연휴의 고귀한 자태에 감탄을 금치 못한 난, 그대로 나자빠져 휴일의 아침을 맞이하고 싶었다. 기대는 진즉부터 시작된 것이다. 2월, 3월, 4월. 매월을 거듭할수록 5월의 향그러운 첫 주는 내 살갗을 타고 올랐다. 털이 삐죽삐죽 서고, 눈썹은 기쁨을 감추지 못해 들썩였다. 기뻤다. 아니, 정확히 말해 휴일의 아침을 함께할 누군가가 있어 나는 기뻤다.
쑥스럽다고 모르는 체 할 게 뻔하지만, 그 누군가가 바로 너다.
피아노가 메인으로 나오는 감미로운 재즈의 선율,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문장 하나, 뜨겁지 않은 아메리카노에 쓰지 않은 초콜릿. 달콤함 한 입 베어 문 너의 입술을 오늘은 훔칠 수 있어서 좋다. 오늘, 드디어 오늘.
야근이 계속된다고, 주말이면 출근한다고 서운해하며 울상 짓던 네 모습도 5월의 첫 주엔 찾아볼 수도 없을 것이다. 그것도 기쁘다. 네 입가에 미소만을 묻힐 수 있다는 것이.
여행도 좋다. 평소 하지 못했던 것들, 잔뜩 해도 좋다. 긴긴 여유, 이 시간들을 내가 언제 누려보았을까. 그 어떤 것이든 이제 난 그저 행복할 것만 같다. 단순히 여유가 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그야말로 네가 함께 있기 때문에.
퐁당퐁당 쉬는 휴일과 평일의 사이에도 연차를 썼다. 너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넌 아직 이 사실을 모를 테지. 깜짝 놀라게 할 요량으로, 너 몰래 꽃이라도 하나 사갈까 한다. 넌 드라이플라워를 좋아하지만, 오늘은 붉은 빛깔이 더욱 찬란한 장미 생화를 사기로 한다. 꽃집에서 예쁘게 파는 것보다, 갓판에서 신문지에 두르륵 싼 장미로. 꽃을 받아 들고 한껏 미소 지을 네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 한 편에 뭉클한 감동으로 물결친다.
아아, 보고 싶다.
이 퇴근길,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네 모습으로 이 기다림의 시간을 조금씩 지워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