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로망

계절의 끝자락에선, 마음도 그래요

by 김희영

요즘 참 바쁘죠?


1년의 마지막이 다가온다고

사람들은 유난을 떨어요.

내가 마무리 지어야 할 일들도

산더미 같죠.


바빠서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서

우리들의 마음은

초겨울의 칼바람처럼 날카로워지기만 해요.


마음속이 공허하고

떨어지는 낙엽처럼

내 마음의 나무도 야윈 것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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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왜 사람들은

처음과 끝을

중요하게 생각할까요?


왜 중요하게 생각해서

마음을 편협하게 만들고

자꾸만 외롭게 만드는 걸까요.


"첫"과 "끝"의 로망은

어릴 때나 꾸는 거야.


하지만 우리들은 알고 있죠.


사실 일 년의 시작과 끝은

의미 없다구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간에 무뎌진 우리들은

해년마다 되풀이되는 시작과 끝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어요.


올해의 12월이 지나면

내년의 1월이 오고

내년의 12월이 또 오듯이

계절은 순환하고

추운 겨울은 언젠가 지나가 버린다구요.


그래요.


우리들 마음도 마찬가지예요.


내 마음이 초겨울 같다고

쌀쌀한 늦가을 같다고

서글퍼 말아요.


마음이 편협해졌다고

주위를 둘러보지 못한다고

자책하지 말아요.


숭숭 구멍이 뚫린 나무의 머리숱처럼

내 마음에도 가을바람이

들어와 버린 걸요.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가면 봄이 와요.


그래요.


동그란 연결고리처럼

되돌아오는 계절처럼

우리들의 마음에도 곧

봄이 찾아올 거예요.


그렇게 천천히

봄을 기다려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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