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어딘가 날카롭게 느껴지지 않아요?
상처의 시옷에서 새된 바람이 들 것 같고
상처의 치읓에서 찢긴 살결이 보여요
멍울이 지고, 구멍이 나고, 터져서
그래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릴 것만 같아요
아파서요
마음이 아파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도
내가 상처를 받고 싶지도 않아요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아요
단 한 번뿐이었다면
상처에 눈물이 고이는 대신
딱딱한 딱지가 져서
더는 아프지 않았을 텐데
상처는
언제나 내 곁을 맴돌면서
날 괴롭힐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만 같아요
그렇지만요
상처로 얼룩진 우리의 삶이 괜찮다고 말하겠어요
서로 토닥여주고 위로하면서
마음을 쓰다듬어주고 감싸 안으면서
덧나지 마라고 발라주는 연고처럼
호 불어주고, 반창고를 붙여주면서요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고
다시 일어설 테니까요
힘차게 뛰어갈 테니까요
그래서 이 인생이
그래도 제법 괜찮은 인생이라고
아직까지 나쁘지 않은 삶이라고 말하겠어요
당신의 인생도
나의 인생도
우리의 인생도
괜찮다고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