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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영 Jan 08. 2022

사랑의 편린들

 조각조각 흩어진 감정을 모으는 것이 사랑의 몸집일까. 단순히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마음에는 복합적인 마음이 부유했다.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가, 슬프기도 했다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화가 나기도 했다가, 그러다가도 그저 좋은. 그 마음이 괴로워서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차라리 너와 함께 꿈꾸는 이 순간이 급물살 타듯 빠르게 흘러가버렸으면 했다. 원래 갑자기 떠오른 감정은, 또 어느 날 다시 가라앉고 말 테니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었던 건, 언젠가 식어 없어질 감정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금세 타 없어질 불씨 같은 사랑이었으면. 마치 처음부터 그러기로 약속했던 듯, 적절한 타이밍에 서로의 마음이 비슷하게 소진되어 버리기를. 그러나 타이밍은 늘 한쪽에서 먼저 사그라들고 말았다. 그럼 누군가는 필연적으로 재고가 남은 반쪽짜리 사랑을 떠안았고, 혼자 어쩔 줄 몰라하며 가슴 아파했다. 사랑은 이토록 이기적이고, 변덕이 심했다. 수차례 많은 인연을 목격하며 얻은 처참한 결말이었다.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라는 걸 인지하기 시작했다. 머리만큼은 알고 있었다. 내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어떤 게 옳은 것인지를.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끊임없이 네가 보고 싶었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진심을 뱉어내지 않고 인내하면, 시간이 다 해결해 줄텐데. 이상하게 불안했다. 지금은 진심이나, 시간이 흐르면 거짓이 될 사랑을 막연하게 기다려야 한다는 게.

 한편으론 이 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언젠가 거짓이라고 불릴 이 사랑이 가여워서. 이 진심에 대해서는 폄하하지 않았으면 해서.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중에도, 나는 바지런히 네 생각을 했다. 함께 있는 시간에 푹 젖어 있기를 원했다. 그 시간은 애석하게도 순식간에 지나갔다. 언젠가 무너지게 될 거란 걸 알고 있기에, 그래서 지금 이 시간이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몰랐다. 왠지 네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여야만 했다. 내가 손을 뻗으면, 내가 먼저 우리의 얕은 벽을 허물어버리면, 그럼 이 모든 게 끝이 날 거란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슬아슬하게 이 마음을 지켜나가면서, 속으로는 끝없이 널 안는 상상을 했다. 그럼 좀 괜찮을 줄 알았는데, 괜찮지 않았다.

 그래도 이 사랑에 끝이 있다면, 나는 너에게 손을 뻗지 않을 테다. 산산이 부서져버릴 사랑이라면, 애초에 널 만나지 않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널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런 가슴 사무치는 감정 따위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저 나는, 이 좋았던 마음을 고이 덮어두고 싶다. 그건 나의 인내만으로도 충분할지도 모른다. 넌 그저 말없이 내 곁에 있어주기만 하면 된다. 내가 천천히 널 정리하고, 널 담아두고, 그렇게 네 곁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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