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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영 Jan 26. 2022

my love is you

 금빛 햇살이 은근하게 내려앉은 나무 아래 벤치야. 짙게 익은 나뭇잎 사이로 별빛 같은 햇빛이 쏟아지고, 나는 그 별을 바라봐.

 ─ 자기야, 노을 지는 나무 밑에 별빛이라니. 아름답지 않아?

 조금 감격에 젖은 목소리로, 내 무릎에 잠든 널 깨워. 너는 반쯤 감긴 눈으로 기분 좋게 웃으며 내 턱을 어루만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우리는 나무 아래 별빛을 한참 바라보았어. 그 싱그러운 잎사귀 사이에 송송 박혀 있던, 햇살의 반짝임을 말이야. 너는 말없이 내 턱을 어루만지다 마른세수를 했어. 내가 다시 널 내려다보자, 너는 살짝 눈물이 맺힌 커다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어.

 ─ 있지. 난 가끔 두려워. 우리의 행복이 저 멀리 달아나버리게 될까 봐.

 나뭇잎 사이에 비치던 반짝이는 별빛이 네 두 눈동자에서 일렁였어.

 ─ 오, 자기야.

 나는 안쓰러운 마음으로 네 이마에 키스해주었어. 그리고 나지막이 덧붙여 말했지.

 ─ 누가 우리의 행복을 앗아가겠어? 내가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아, 절대.

 그러자 네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어.

 ─ 어서 사랑한다고 말해줘.

 턱밑에 찬 울음소리로 네가 말했어. 나는 너의 눈물을 닦아주며,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어. 너는 미간을 무너뜨리며 또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어.

 ─ 행복한데, 괴로워. 널 잃게 될까 두려워.

 ─ 두려워하지 마. 내가 곁에 있잖아.

 네 어깨를 잡고 일으켰어. 네 따뜻한 품을 끌어안으면서, 또 자그맣게 속삭여.

 ─ 사랑해.

 한참 말을 잇지 못하던 너는, 흐느끼며 내게 말해.

 ─ 넌 참 잔인하게 상냥해.

 나는 다시 네 눈물을 닦아주고는, 천천히 널 껴안아. 네 가녀린 어깨가 들썩이는 걸 끌어안고서는, 금빛 석양에 젖어 찬란한 네 머릿결을 천천히 쓰다듬어줘. 너는 얇은 뼈대의 팔로 나를 있는 힘껏 안았어. 그 서글픈 흐느낌 속에 귀여운 사랑이 밀려들었어.

 ─ 우리 헤어지지 않을 건데, 왜 두려워해. 괜찮아. 언제나 네 옆에 있을 거야.

 나는 몇 번이고 네 귀에 속삭였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나의 고백에 너도 몇 번이고 내게 속삭였어. 나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한다는 짧은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우리의 마음이, 또 짙은 노을에 천천히 묻혀가.

 우리는 겨울도, 봄도, 여름도, 가을도 아닌 제5의 계절에 머물러 있었어. 그곳에서 우린 언제나 사랑한다고 속삭일 수 있었어. 그리고 또, 언제든 잊히게 될까 두려워했지. 그래도 나는 그곳에서 네 어깨를 끌어안고, 수없이 말할 거야. 사랑해,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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