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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영 Mar 30. 2022

내 사랑은 조금씩 소진되어 가

 얼마나 더 사랑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기다릴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난 다만 내게 아주 작은 힘이라도 있길 바랐어. 내가 널 더 사랑할 수 있는 힘, 기다릴 수 있는 힘, 버틸 수 있는 힘. 내 눈앞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널 보면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사랑을 고백하는 일은 참으로 비참했어. 결국 네가 떠날 걸 알면서도, 나 홀로 서서 내 눈앞에서 점점 더 길어지는 네 그림자를 바라만 봐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널 사랑한다고 말해도, 기다린다고 말해도, 버틸 수 있다고 말해도, 너는 끝까지 들은 체도 하지 않을 테니까.

 언젠가 네가 그랬지. 자신을 싫어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난 단 한 번도 네가 싫었던 적 없었어. 아주 작은 시기와 서운함과 미움이 잔뜩 쌓여 있었지만, 그게 널 싫어하게 만들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했어. 널 사랑하는 일은 버틸 수 없을 만큼 벅차고 무거운 감정이었지만, 그마저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넌 내게 무척 특별한 사람이었어. 그 어떤 사람으로도 널 대체할 수 없었어. 대체하고 싶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내 마음이 그렇지 못했어.

 열렬히 널 사랑하고 식어버린 직후의 내 마음은, 마치 불이 꺼져버린 장작처럼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어. 아주 차게 식어버린 타다 만 장작에는 더 이상 불꽃이 일어날 것 같지 않았지. 그러나 그런 나의 마음에도 네 미소는 뜨거운 불씨가 되어 언제든 날 다시 타오를 수 있도록 만들었어. 네가 웃는다면, 네가 다시 나에게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와 준다면, 평생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만 해 준다면 나는 언제든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야.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네가 돌아올까. 넌 이별을 연습하지 않았다고 고개를 저었지만, 나는 이미 어렴풋이 너의 태도를 느끼고 있었어. 넌 상처받지 않게 이별하고 싶었던 거지. 그래서 나도 언젠가 이별을 생각해본 적이 있었어. 네가 없이 사는 삶은 어떤 걸까. 널 만나기 전으로 되돌아가는 일일까. 널 만나기 전의 나는 어땠을까. 글쎄, 다 까먹어버렸던지, 잃어버렸던지, 지워져 버렸던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널 만나기 전의 내 모습 말이야. 그래서 되돌아가는 법을 잊어버렸어. 너 없이 잘 사는 법을 모르게 되었어.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내 인생을 책임져달란 말 하지 않을게. 그냥, 지금처럼 이렇게 곁에 있어만 주면 안 될까. 사랑한다는 말이 혀밑에 맴돌아도, 이제 더는 날 사랑하지 않는대도, 조금 식어버린 마음이래도. 그게 정 같은 것이라도, 내 옆에 이렇게 있어주면 좋겠다. 그럼 나 정말 노력해볼 거거든. 네가 다시 날 좋아할 수 있을 때까지,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나에게 아주 작은, 손톱만큼의 힘만 있다면 말이야. 그럼 나는 널 더 사랑할 수 있고, 더 기다릴 수 있고, 힘듦을 더 버텨낼 수 있을 텐데.

 내 사랑은 조금씩 소진되어 가. 얼마나 더 깎아질지 모르겠어. 나는 두려워. 어느 날, 어느 순간에, 네 그림자마저 놓치게 될까 봐. 버티지 못하고 네 손을 놓게 될까 봐. 네가 보고 싶지 않을까 봐. 더 이상 널 사랑하지 않게 될까 봐.

 그럼 그때, 네가 날 다시 붙잡아 줄래?

 그럼 나 정말 열심히, 다시 널 사랑해보도록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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