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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영 Jul 10. 2022

결에게

 물결에 몸을 맡기고 지내온 시간들. 방향을 잃은 적은 있었지만,  번도 내가 틀렸다고 생각해본  없는 인생.   속에서 내가 처음으로 의문을 가지게 되었어.   지금 이러고 있지? 내가  흘러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짝거리며 늘어진 하얀 해변의 모래사장에서, 밀려드는 파도에 온 몸을 맡겼어. 시간이라는 물결에 몸을 맡겼는데, 누군가는 날더러 엉망진창 산다고들 하더라. 그래도 난 상관없었어. 그렇게 지내야만 널 바지런히, 최선을 다해 좋아할 수 있었거든. 세상 물정 모르고, 철딱서니 없이 널 사랑할 수 있었거든. 그래야만 순수하게, 무결하게 온전한 널 사랑할 수 있었던 거야.


 나는 살면서  후회를  적이 없었어.  선택은 신중했고, 신중한 선택에 따라 과정에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결과도 만족스러웠어. 선택에 번복 없이  살아왔던 내가,  만나게 되면서 거대한 해일을 만나게 됐어. 반짝이는 윤슬에 몸을 적시고 가볍게 물장구를 치던 해변이 아니었지.  지키기 위한 여정은 험준했어. 흐르듯 살아왔는데, 그렇게만 살면  괜찮을  알았는데. 세상이라는 폭풍은 내가 살아온 생보다 짙고 위대해서 내가 맞서 싸울 수도 없었어. 나에겐 세상을 송두리째 바꿀  있을 만한 힘이 없었거든.


 신도 아닌 나는 감히 우리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없었어. 그러나  나에게 우리 관계의 결정을 내려주길 바랐지. 그건 어려운 결정을 피하려는  아니라, 오직  존중하는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한 거였어. 나는 그만큼, 결정에 막중한 책임을 느꼈어.  하고 싶은 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아만 왔던 나에게 말이야. 무거운 결정이라는  이토록 두려운 것인지를 몰랐어. 양면의 동전처럼, 뒤집히고 나면 다시  뒤집기 힘든 일처럼. 내가  평생 보지 않고   있을까,  질문에는 완벽한 긍정은 없었어. 맞아, 어쩌면  는 내 삶은 그대로 주저앉아 버릴 것만 같았지. 결대로 사는 . 어쩌면 네가 곁에 있었기 때문에 엉망진창 행복하게   있었던 거야.


 이제는 순진무구하게 온전히  사랑할 수도 없어.

 이제는 물결과  몸인 채로 살아갈 수도 어.


 이젠 내가  사랑하는 일이 이별 뿐인 걸까. 그것만이 온전한 우리의 사랑을 지키는 걸까. 나는 가끔씩 의문이 들어. 과거의 우리를 지키기 위해  사랑했던 건지, 아니면 현재의  사랑하고 있는 건지. 지금의  사랑한다면 우리가 헤어지지 말아야 했던 걸까. 하지만  네가  위해 결정권을 넘겨주었던 것처럼, 나도  생각해서 이별을 택했어. 이제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일로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했어. 이제 더는 나라는 이름으로 프게 하고 싶지 않아. 우리라는 이름으로 망가뜨리고 싶지 않아. 우리가 우리를 사랑했던 것만큼, 소중한 마음들을 간직하고 은 마음이야.


 ─ 그럼 있잖아.

 나는 그런 결정을 내리면서도 아주 작은 희망을 품었어.


 ─ 아주  훗날 네가 나에게 따뜻하고 찬란한 햇살로 내리지 않을까,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못다 한 사랑을 듬뿍 또 떠 안겨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들 말이야.


 하지만 알고 있어.

 그런 마음도 언제까지나 희망 안에서만 넘실거릴 수 있다는 걸.


 그래서  계속 희망을 품어. 언젠가 스러 없어질 꿈이라도, 그런 꿈이라도 꾸어야 나도 다시 중심을 잡고 결을 따라 흘러갈  있을  같아서.


 난 여전히 널 사랑해.

 과거에도 널 사랑했고, 지금도 널 사랑하고, 앞으로도 널 사랑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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