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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영 Aug 08. 2022

"변함없이 사랑해"


너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담아내는 중이야.

내가 너 없이 얼마나 더 참을 수 있을지, 버텨낼 수 있을지, 정말 너 없이 잘 살 수 있을지를 말이야.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너를 보고 싶은 마음은 점점 더 커져.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었을 때, 정말 참다 참다못해 모든 감정을 쏟아버릴 수 있을 때,

나는 진정 너에게 기댈 수 있게 될까?

아니면, 그마저도 고슴도치처럼 쭈뼛 날을 세운 채 내 마음만큼은 들여다보지 말라고 경고할까.

사실 잘 모르겠어. 난 단지 너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을 뿐이야.


어느 날 내가 너에게 "날 사랑해?"라고 물었지.

넌 내 물음에 "변함없이 사랑해"라고 말했고.

그런데 난 그 대답이 무척 무섭게 들렸어.


난 이제 예전의 내가 아닌데, 넌 예전의 밝은 내 모습만을 사랑하는 것 같았어.

내가 언제까지 네 앞에서 환히 웃을 수 있을까.

난 우리가 힘들 때 서로 끌어안아주고, 한 사람이 쓰러지면 일으켜주기도 하는 건강한 관계가 되고 싶었지만,

  편으론 서로 끌려내려가기에 바쁜  좋은 관계될까 두려웠어.

결과적으로 내가 널 망가뜨리게 될까 겁이 났던 거야.


너에게 시간을 달라는 구실로, 나는 좀 더 네 앞에 건강한 사람이 되어 나타나고 싶었어.

매일매일 네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는, 그런 물귀신 같은 사람 말고.


네가 힘들 때 언제든 든든하게 너른 마음으로 품어줄 수 있는 사람.

힘들어도 내색 않고, 늘 긍정적이고 밝게만 보이는 사람.


그런데 나는 자꾸만 병들어가.

병약해져 갔고, 너무 많이 쇠약해졌어.

내가 생각하는, 너에게 잘 어울릴만한 이상적인 사람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져.

이런 날, 넌 어떻게 생각할까?

그래도 날 변함없이 사랑한다고 말할까?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해.

이런 내 모습을 몇 년 더 지켜봐 보라고.

이렇게 울적하고, 암울하고, 캄캄한 내 마음도 제대로 들여다보라고 말이야.

그래도 넌 날 끝까지 사랑하게 될까.

그땐 날 오기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지쳐있던 건지 네 마음을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게 되겠지.


상처만 많은 내가 다가오지 마라고 가시 돋친 말을 해도,

네가 정말 날 따뜻하게 품을 수 있을지.

가슴에 피가 나는대도 아프다 말 안 할 수 있는지.

이런 내가 밉지 않을지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아.

네가 내 진짜 모습을 보면 떠나버리게 될까 봐,

사실은 이토록 별 볼 일 없고, 가냘픈 사람이었다는 것에 실망하게 될까 봐,

나는 내 진짜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아.


다만, 내가 네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내 마음이 건강해졌을 때

널 다시 마주 보고 싶어.


그때면 네가 날 떠나지 않겠지?

난 언제나 네 앞에서 밝게 웃는, 예쁜 사람으로 보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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