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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영 Aug 22. 2022

그런, 밤.

 우리가 껴안은 우주 속에서의 시간은 언제나 들쭉날쭉 이었다. 과거로 갔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면 현재에 돌아와 있곤 했다. 누군가는 영혼이 나갔다고 했지만, 그런 우스갯소리로 지나쳐버리기에는, 우주를 누비는 시간에 참으로 우울하기 그지없었다.


 조금씩 닳아져 갔던 체력은 이내 영혼과 정신까지도 흐트러지게 만들었다. 몸이 지치니, 마음도 함께 지쳤다. 언제까지 힘겹게 살아야 하느냐고 세상에 물어도, 대답 따위 돌아오지 않는 불친절한 삶을 살고 있다. 그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아주 불쾌하고도 참혹스러웠다.


 참고, 참다가도 밤이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던 울음은 몇 시간 동안 그칠 줄을 몰랐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운 채, 또 몇 나절을 울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주말은 지나갔다. 기력도 없는 월화수목금을 또다시 견뎌 나가야만 했다.


 휴식을 취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예전에는 훌륭한 타인을 만나거나, 어느 모르는 곳으로 훌쩍 여행을 떠난다거나 하면 지친 마음도 풍성해지곤 했다. 재충전의 시간이라나. 그러나 그런 것도 하루 이틀이었다. 마음이 채워졌다고 해서, 체력이 더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 다짐은 여름날 아이스크림처럼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아무리 여유롭게 살려고 해도, 세상이 그렇게 가만두질 않는걸.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야 한다고, 우리네 부모님이 그렇게 날 가르쳤는걸. 그럼 그렇게 살아야지. 지쳐도 지치지 않은 척, 힘들어도 입을 다문채 그렇게 살아야지. 세상이 그렇게 살라고 가르쳤는걸. 내 몸이 부서지든 안중에도 없이, 티 내지 않아야지.


 세상은 그런 곳이었다. 삶에 대해 물어도 대답 따위 돌아오지 않았고,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삶에 틀에 온 몸을 끼워 맞추는 일. 원형인 나는 사각형이 아닌데도, 그 틀에 온 살갗이 찢어지도록 밀어 넣었다. 피가 흐르고 곪을 때까지, 오직 그것만이 맞다고 생각하며.


 어쩌다 이런 내 속내를 누군가에게 털어놓게 되었을 때, 그 누군가들은 나에게 그렇게 무겁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그럼 다시 그 누군가들에게 되묻곤 했다. 무겁게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생각한다면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느냐고.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될 데로 되란 식으로 살아본 적 있느냐고.


 누군가에겐 잠시일수 있는 그 찰나의 시간 동안, 나는 견딜 수 없는 지구의 중력을 이겨내며 무너지지 않으려 부단 애를 썼다. 아등바등 살아가는 삶, 꾸역꾸역 삼키는 시간, 그 부질없는 삶의 조각들을 삼켰다. 목구멍이 찢어져 핏물이 고이고, 이내 고통스러운 울음을 토해낼 때까지.


 그렇다보니, 이제는 누군가에게 이런 속도 터놓을 수 없게 되었다. 어차피 돌아올 말들이 다 그랬으니까. 버텨야만 한다고, 다들 그렇게 산다고, 그러니 힘을 내라고. 난 그 힘을 낼 힘이 없는데.


 모두가 힘겹게 살아가기 때문에, 버텨야 한다는 말은 아무런 위로도 되지 못했다.

 모두가 힘들게 산다는 것,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숱한 밤들을 고통으로 써내려 온 말이라서.

 그 고통으로 수많은 하루들을 죽이며 살아와서.


 위로 없이 꾸역꾸역, 불친절한 하루를 감내하는 밤.

 그래도 괜찮다고 끓는 속을 쓸어내리며, 오늘도 힘겹게 무기력을 삼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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