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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영 Jan 07. 2023

인생의 모든 순간이 시행착오였다


 나는 아침형 인간은 아니다.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적도 있었고, 아침잠이 없어 일찍 일어나본 적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나는 아침형 인간은 아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삶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그동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렴풋하고 불투명한 목표는 늘 '단어'로 정의되곤 했다. 작가가 되고 싶기도 했고, 언론인이 되고 싶기도 했고, 크리에이티브한 창작가가 되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삶이라는 것은, 그런 단어들로 한정 지을 수 없는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잠드는 순간까지. 삶은 반복되는 인생의 연속이었지만, 그 반복 속에서도 분위기와 온도는 조금씩 달랐다. 우리는 결국 완벽하게 똑같은 삶을 살아내고 있지는 않았다. 그 조금씩 틀리고, 다른 하루들이 쌓이면서 삶이라는 거대한 그래프는 들쭉날쭉 거리기도 했다. 우리가 매일같이 들여다보는, 주식 장 풍경처럼 말이다.

 나의 인생은 모든 순간이 시행착오였다. 늘 익숙하게 해내던 일도, 어느 순간 '할 수 있다'는 자기 주문 없이는 해낼 수 없게 되기도 했다. 단순히 자신감의 결여의 측면은 아니었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가는 시간은, 닳아져 가는 몸과 마음처럼 모든 게 낮아지는 순간들이 아닐까.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점점 더 위축되어 갔다. 할 수 없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20대 때는 모든지 다 이룰 수 있을 거라며 힘차게 나아갔던 자신감이 있었다. 대체 그 자신감은 어디서 탄생했던 걸까. 나는 가끔 그때의 패기가 그립기도 하고, 또는 후회되기도 한다. 지금은 확실히 그때의 뜨겁거나 어리석은 패기 같은 것은 없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깨달아버린 탓일까.

 30대의 내가 20대의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훨씬 더 예민해지고 꼼꼼해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때의 조급한 열정 같은 것을 가지지 않기 위해, 최대한 느긋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하나를 하더라도 내 마음에 들게, 엉성한 완성이 아닌 아름다운 완벽을 위해, 나는 오늘도 겨우 하루를 살아낸다.

 앞으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생을 살아갈 테다. 나는 이제 나의 생에 목표 같은 것을 정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하루하루, 책 낱장의 단면처럼 소중히 기록해나가고 싶다. 키보드로 빠르게 찍어 내린 기록이 아니라, 한 줄 한 줄 꼭꼭 눌러쓴 손편지 같은 순간들로. 그렇게 하면 오늘 하루를 더 내 마음에 들게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밤이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면, 아이디어도 더 많이 떠오른다.

 나는 확실히, 아침형 인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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