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희영 Feb 13. 2024

그리움의 색채


 당신에 대한 그리움을 색채에 빗댄다면, 무슨 색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떤 그리움은 그저 붉거나, 또는 진하지 않았다. 해가 거의 다 저버린 하늘처럼, 약간 푸르면서도 노란빛을 띠고 있는, 어쩌면 나의 그리움의 색채는 그 하늘에 더 닮아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여러 날을 사랑하며 보냈지만, 아직도 나는 사랑에 무지했다. 이 세상에 완벽한 깨달음은 없었다. 같은 사랑을 겪어도 늘 새롭고, 또는 늘 아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는 새벽 내 울기도 했고, 또는 가슴 설레 잠못이루기도 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안정감을 찾고, 또는 붕괴되기도 하면서, 나의 세상은 점차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보면 저마다 세상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달랐다. 누가 사랑을 맞춰가며 사는 삶이라고 했나. 전혀 다른 세상을 그저 거울처럼 들여다보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거늘. 결국 삶이란, 이해하지 못한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을 때 서서히 익어갔다.

 어쩌면 사랑은, 졸음에 취한 것처럼 무기력하고 의식이 흐릴 때 더 진하게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의식이 있을 때는, 사람은 감성을 떠나 더 이성적이게 되었다.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워서,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에 "취한다"라고 이야기하지 않나. 그렇게 판단력이 흐려져 앞뒤 분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랑에 빠졌다"라고 이야기한다. 마냥 그 사람이 보고 싶고, 그래서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가게 될 때 말이다.

 악의 없는 마음, 순수한 사랑, 익지 않은 관계 같은 건 영원하지 않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오히려 그런 마음일수록 그리움은 더 짙다. 더 푸르고, 더 붉은. 그런 그리움은 이상하게도 더 아리고, 더 뜨거워서 잊힐 수 없는 마음이 된다.

 내려놓는 연습만 수백, 수천번. 이 복잡한 감정을 다 담아내기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가 너무 작다. 시간이 흐르면 사랑하는 감정은 잊힐지언정, 기억은 남아 오래도록 추억으로 남는다. 이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할 때는 그런 생각을 한다. 가슴에 묻어두는 추억이 되기를, 이름 하나에 진득하게 그리움이 배어나기를. 누군가에게 나의 이름은, 그런 가슴 아픈 순간이 되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장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