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주인

by 조현진

차들이 빼곡한 지하주차장에서 자신의 자동차를 찾는 친구의 모습이 꽤나 능숙해 보였다. 학교 주차장에 세워진 차들 중, 동갑내기가 몰고 다니는 차가 있다는 이야기를 믿기 어려워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꽤 많은 친구들이 카 오너가 되어 있었다. 주차장에 가득한 차 사이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친구 뒤를 쫓으면서, 나란히 세워진 자동차들을 살핀다. 나는 ‘큰 건 버스(혹은 트럭), 작은 건 승용차’인 ‘까막눈’이어서 혼란스럽다. 게임 룰을 모른 채 무작정 보는 바둑판같은 느낌이랄까.

문득, 자동차도 표정이 있다고 했던 한 후배가 떠오른다. 헤드라이트는 눈과 눈썹, 그 사이를 코, 아래 긴 부분을 입이라고 생각하면 표정이 보인다나. 그래서 어떤 차는 화가 나거나, 놀라거나,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다고 했다. 듣고 보니, 자동차 알지 못하는 나에게도 표정이 눈에 띄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한 번뿐, 다시는 자동차에서 표정을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몇 번 타봤지만 늘 기억하지 못하는 친구 차에 올라서, 이 주차장 풍경의 주인은 누구인지 생각한다. 적어도 차를 살 계획도 없고, 표정을 살피지도 않는 나는 아닐 테고, 완벽한 실력으로 주차된 자기 차를 능숙하게 찾아내는 친구나, 늘어선 자동차들의 얼굴에서 표정을 읽어내는 후배일 것이다. 풍경은 그것을 갖거나 감상할 수 있는 만큼 주인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주차장 풍경에 내 몫은 없지만, 뭐, 그래도 그림 한 장 떠올랐으니 되었다. 그나저나 그 후배는 여전히 자동차 얼굴을 들여다보는지(그리고 자동차를 샀다면 어떤 표정을 한 녀석으로 장만했는지) 궁금해진다.


* 월간 <환경과 조경(Landscape Architecture Korea)>에 2021년 2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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