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심 가득 담은 글, 자우림 (紫雨林)

6년차 초보 덕후의 감사한 마음

by 조깡

어제 자우림 데뷔 25주년 다큐 영화 '자우림 더 원더랜드'의 개봉 및 무대인사를 보러 코엑스에 다녀왔다. 보통 자우림 콘서트나 이런 행사들은 와이프와 함께 하지만 이번은 함께하지 못해 나 혼자 다녀왔는데 참 같이 왔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 한가득 안고 다녀왔다.


​나중에 영화 리뷰는 따로 하겠지만 영화가 끝나고 보니 생각보다 많이 울다가 나왔다. 자우림을 좋아하게 된 지 오랜 시간이 아니지만, 영화를 보며 느꼈던 감정들을 풀어내고 싶다는 생각에 아이패드를 열었다.


예전에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자우림에 관한 내용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예전에는 가장 좋아하는 가수, 아티스트가 누구냐?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그냥 내가 그때그때 끌리는 음악을 들었고 스펙트럼도 생각보다 넓었기에 누구 하나 꼽기가 어려웠다.

난 왠지 이 커버가 제일 좋다

하지만 이제는 먼저 '자우림'이라고 대답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된 것 같다. (아직까지 내가 자우림 팬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경지인가? 잘 모르겠지만... 워낙 기라성 같은 팬들이 많아서...)


본격적으로 자우림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와이프가 제공해 주었다. 와이프는 자우림의 20년 넘는 아주 오랜 팬이었는데, 연애하던 시절에 와이프가 자우림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고, 당연히(?) 잘 보이고 싶어 자우림 노래를 찾아 들었다. 그 즈음 또 타이밍 좋게 자우림 콘서트가 있었고 함께 갈 수 있게 되어 와이프가 자우림 콘서트 필수곡 들을 알려주었었다.


그전까지 나도 자우림 노래는 다들 흔히 아는 '하하하송', '매직카펫라이드', '17171771' 정도의 노래밖에 몰랐었다. 그러다 콘서트 가려면 노래를 많이 알아야 또 가는 맛이 있기에 거의 전 앨범을 다 들어봤었다.


근데 이게 웬걸? 노래가 생각보다 좋았다. 그냥 내가 생각하던 기존의 밝은? 락? 공연에 특화된 밴드?의 측면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가사들이 있었고, 보컬의 가창 실력이 너무 뛰어났다. 돌이켜보면 너무 예상 밖의 실력? 노래? 가사?에 처음엔 당황했던 것 같다. 그렇게 와이프를 계기로 자우림이라는 밴드의 매력에 처음 발을 담그게 되었다.


기억에 18년도 연말에 진행했던 부산 콘서트가 내 인생의 첫 가수 콘서트였고 첫 자우림 콘서트였다. 그때를 기점으로 훅 빠져들었던 것 같다. 콘서트라는 것 자체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던 나에게 사람들이 왜 콘서트를 가는지 이유를 일깨워주었고, 왜 자우림이라는 밴드가 이렇게 롱런 해오고, 와이프가 오랜 기간 동안 좋아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지금도 그날의 전율은 잊을 수가 없다.


빵빵한 밴드 사운드, 미친듯한 성량 & 스킬의 보컬, 집중력 높은 무대.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이제까지 내가 '노래'를 들으며 경험하지 못한 것을 알게 해주었다.


와이프를 따라 자우림 노래를 듣고 콘서트를 가면서 조금씩 자우림이라는 밴드의 진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전체 앨범 중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가사를 외우고 따라 부르게 되어가는 내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다. (와이프도 신기하다고 얘기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자우림의 역사나 특유의 감성, 멤버들과의 케미, 이슈들을 나름 알고 있는 팬이 된 것 같긴 해서 나름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아무튼 다시 앞으로 돌아오면 영화를 보는 중반부부터 마음 한구석에 뜨거운 무언가가 자리 잡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Shining' 과 관련된, 위로? 이런 내용이 나오는 부분이었는데, 그냥 뭔가 모를 뭉클함이었는데 이유를 찾지 못하겠더라.


그렇게 뭉클한, 뜨뜻미지근한 마음 안고 보다가 영화 제일 마지막 장면에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부르는 자우림의 모습이 나오는데 그 장면부터 혼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때 알았다. 내 속에 자리 잡고 있던 그 뭉클한 무언가가 무엇 때문이었는지를.

그때는 아직 꽃이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자우림 - 스물다섯, 스물하나 중

18년도에 자우림을 알기 시작했고, 20년도부터 푹 빠지기 시작했는데 돌이켜보니 18년도에 자우림을 알기 시작한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회사 업무가 힘들어지기 시작했었다. 그 당시에는 자우림의 노래가 나의 가슴을 파고드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위로받는 느낌으로 들었던 것 같았다.


20년도에 푹 빠진 시점도 돌이켜보니 20년도에 회사 생활하면서 제일 힘든 시기를 보냈었다. 일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고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었다.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는지, 잘 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시간들이었는데 그때 출퇴근길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자우림 노래를 들었었다.


때로는 끝없이 다크 해지기도 했고, 때로는 그 어떤 위로보다도 힘이 되어주는 노래들이었다. 어느 날은 ‘이카루스’가 다시 땅을 박차고 일어날 힘을 주었다. 어느 날은 ‘샤이닝’으로 센티함의 극에 달했고, 또 다른 어느 날에는 ‘밀랍천사’와 ‘일탈’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냥 무언가에 빠져들고 싶을 때엔 ‘있지’를 스피커가 터질 정도로 크게 듣기도 했었다.

가만히 숨을 죽인채로 멍하니 주저앉아 있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자우림 - 이카루스 중에서

그렇게 나도 모르게 자우림을 통해 위로받기도 하고 다시 일어날 힘을 얻기도 한 시간들을 보내왔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감정들과 함께 ‘스물다섯 스물하나’ 가 내 귀에 닿는 순간, 이제까지 내 회사 생활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사회 초년생으로 청운의 꿈과 패기를 안고 입사했지만, 사회의 쓴맛을 보면서 정말 그만두고 싶은 시간들을 어떻게든 참아내며 노력해온 만 8년이라는 시간을 돌이켜 봤다. 이제는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 그 시절의 내 젊음에 대한 그리움, 곧 있을 퇴사 후에 내가 마주할 새로운 삶에 대한 불확실성과 두려움. 그런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뒤엉키며 결국 눈물로 터져 나왔다.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줄 그 곳이 있을까
자우림 - Shining 중에서


그런 복합적인 감정 뒤에 남아있는 알맹이는 자우림이라는 아티스트를 알게 해준 와이프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자우림에 대한 감사함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잘 이겨낼 수 있게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순간에 나에게 힘을 주고 있었던 많은 노래들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제는 완전하게 자우림에 스며든 것 같다. (아마 내 주변 사람들은 자우림 찐 팬, 덕후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자우림 노래를 듣고 있는 나란 덕후....


앞으로 내가 경험하게 될 희로애락의 순간순간에 끝까지 함께해 주었으면 좋겠고, 또 새로운 노래와 앨범으로 내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밴드로 계속 남아 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와이프랑 늙을 때까지 같이 손잡고 콘서트 다닐 수 있을 테니까​. 아 그리고 자우림 덕분에 아기 아빠 된 것도 너무너무 자우림에게 감사한 일이다. 감사할 일 천지 빼까리구만... 하핳ㅎㅎㅎ

아무튼!! 자우림!! 오래오래 함께 해 주시길 바래요!!

조만간 있을 김윤아님 솔콘이랑 연말에 콘서트에서 또 만나요!!

감사합니다!!

그럼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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