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버스 여행에 대해 써라

2024.2.25.

by 친절한 James


여행, 설레는 말이다.

떠남은 자유로움,

홀가분함을 떠올리게 한다.

몇 박 며칠, 장거리, 해외 방문처럼

꼭 거창한 일정은 아니더라도

누구나 지난 세월 속 크든 작든

여행의 추억과 느낌이 깃들어 있다.

같은 장소라고 해도

사람마다 감흥과 인상이 다르고

기억하는 형태도 다를 것이다.

지금 어떤 회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가.


여행은 설렘과 기대,

걱정과 놀라움의 연속이다.

여행에서는 목적지의 활동뿐 아니라

처음과 끝을 연결하는 방법,

출발지와 도착지를 잇는 연결고리인

이동 수단도 중요한 요인이 된다.

마침 오늘의 주제가

장거리 버스 여행이구나.

이런저런 생각이 났다.

어제 글과도 내용이 이어지네.

해외 및 국내 의료 봉사를 갈 때

버스로 움직인 경우가 많았다.

꼭 놀러 가는 것만 여행은 아닐 테니,

그에 대한 글을 써볼까 한다.


해외 의료 봉사는 2곳을 가보았다.

2017년 몽골, 2019년 카자흐스탄.

그중 버스에 대해서는

몽골에서의 인상이 강렬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울란바토르 칭기즈 칸 공항에 내렸다.

우리는 짐을 챙겨 대기하던 버스 3대에

나누어 탑승했다. 현지 시각 밤 12시.

이제 출발이다.

공항에서 멀어질수록 눈에 비친 풍경은

번화가의 모습을 훌훌 벗어던졌다.

익숙한 아스팔트 도로는

어느덧 초원을 가로지르는

흙길로 바뀌어 있었다.

와, 미쳤다.

이건 그냥 오프로드잖아.

방금까지만 해도 희미하게나마

좁은 비포장도로였는데

이젠 그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신호등이나 표지판, 내비게이션 없이

끝없이 펼쳐진 암흑의 대지를 달려가는

운전기사분들, 정말 대단하다.

대부분 잠든 버스 안,

상큼한 기대감으로 눈감을 수 없었다.


한참을 달리던 버스가 잠깐 멈췄다.

볼일 보는 시간이다.

휴게소는 아니고

시골집 간이 화장실이네.

어디 몽골 대자연의 새벽공기를

좀 쐬어 볼까.

와, 또 미쳤다.

이렇게 많은 별이 밤하늘에 가득하다니.

무거워서 금방 쏟아져 내릴 것 같은데

용케 안 떨어지고 반짝거리고 있었다.

앗, 별똥별도 보인다. 대박이네.

벅차고 흐뭇한 마음으로 차에 올랐다.

숙소에 도착할 아침때까지

잠들지 못하고 깨어 있었다.

스러지는 밤하늘과

밝아오는 대초원의 경관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https://brunch.co.kr/@joa4342/15


봉사 일정을 끝내고

다시 울란바토르로 돌아올 때도

기나긴 버스 여행길이었다.

여기 올 때는 밤길,

다시 갈 때는 낮길,

둘이 합쳐 온전한 하루를

버스로 이동했다.

반짝이는 햇살 아래 펼쳐진

파스텔톤 고운 초원빛,

풀밭과 언덕과 돌산과 강,

크고 작은 마을, 많은 동물들이

영화처럼 스쳐갔다.

화려한 액션이나

애절한 로맨스는 없어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하고 즐거웠다.

타오르는 한낮의 대지 위에서

옹기종기 둘러앉아 먹은 점심도,

사방이 초록빛과 하늘빛뿐인

깊은 초원 속 게르(Ger)도 기억난다.

https://brunch.co.kr/@joa4342/17


국내 봉사를 갈 때도 버스를 이용했다.

보통 주말 1박 2일 일정인데

출발은 서울 광화문 근처다.

봉사자를 태운 버스는

봉사지로 출발하는데

목적지는 전국 곳곳이다.

가까운 곳은 경기도나 충청도,

강원도 정도였고

먼 곳은 경남이나 전남이었다.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간 곳도 있었는데

버스로 제일 멀리 가 본 곳은

진도와 거제도, 통영 정도가 될 것 같다.

https://brunch.co.kr/@joa4342/29


봉사지로 떠날 때와 돌아올 때는

차 안에서의 모습이 달랐다.

봉사지 근처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기기는 안 봤다.

평소 사용 시간이 10여 분쯤 넘어가면

눈이 메마른 느낌이 들었다.

버스 안에서 화면을 보면 더 그랬다.

안구 건조증이나 기타 안과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스마트 기기 사용을 최소화하는 중이다.

책 보는 걸 좋아하지만

버스에서 독서를 하면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래서 창 밖을 바라보거나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수면과 각성 그 어디쯤에서

푹 잠겨 있다 보면

휴게소나 봉사지에

도착하곤 했다.

봉사지로부터 돌아오는 길은

대개 쿨쿨 곯아떨어졌다.

자고 일어나면 휴게소나 첫 탑승지였다.


요즘은 버스 탈 일이 많지 않다.

대부분 차를 타거나 걷고 있다.

한때 삶의 대부분을 실었던 버스,

그 버스로 다닌 추억들을 떠올려봤다.

기차나 비행기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버스 여행,

어쩌면 머지않아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중요한 방법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디든 즐겁게 떠나고 돌아오자.


sticker sticker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6화나는 외국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