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잠든 사이에

2024.6.6.

by 친절한 James


세계가 잠든 사이,

어스름한 떨림이 마음 한구석을 뒤덮었다.

햇볕이 고목처럼 말라버린 시간,

울적한 애틋함이 구름처럼 달려왔다.

손에 잡히지 않는 메마름이

얼굴을 감싸고 두 눈을 감겼다.

묵직한 어둠이 대지를 파고들며

푹신한 이불이 잠든 아기를 덮듯

몽롱한 땅의 모든 것을 다독이는

거칠도록 푸른 밤하늘의 숨결.

태양의 흔적을 담으려 애쓰는

모든 조명을 뒤로하고

촘촘한 숲길 가장자리 언덕에

자리를 잡은 둥근 텐트.

산골의 고독을 태우는 모닥불이

둥실한 철제 통 속에서 타오른다.

별의 체취가 스민 밤내음이

희멀건 그림자 속에서 울렁인다.

파릇한 잔디가 사방 가득 아찔하고

아련한 시냇물 울음소리가 둥실거린다.


"주말에 이렇게 시간 내보기도 오랜만이네."

"그러게, 단 둘이 지내는 주말은

거의 1년 만인 것 같아."

"그니까."


그윽한 밤공기의 귓가를 간질이듯

X와 Y의 대화가 소곤거렸다.

후추향 가득 탁탁 튀는

불꽃 소리가 박자를 맞추고

아른대는 열기는 추임새를 더했다.

침묵도 긴밀한 이야기가 되고

숨결도 다정한 위로가 되네.

짙어지는 암흑만큼

깊어가는 그윽함이 가슴을 채워.

참 좋은 시간이다.


지난달에 개장한

국립수목원 캠핑장 소식을 듣고

X는 오늘을 계획했다.

어색했던 첫 만남에서

이야기의 물꼬를 터준 캠핑,

만남의 시간 속에서

푸른 감성을 더해준 순간들이

머릿속에 부채처럼 활짝 펴졌다.

직장에서 골머리를 앓던 때라

얼굴에 바람이 불어오는 듯 시원했다.

"그래, 이거야."

바늘로 모래알을 찌르는 듯한

예약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기쁨은 남달랐지.

창고 바닥에 처박아 둔 텐트와 의자,

캠핑용품들을 꺼내 쓸고 닦았다.

내내 실실 웃음이 나왔다.

잦아들던 푸른 불꽃이

대나무처럼 쑤욱 자라는 듯했다.


거미줄처럼 끈적이며 늘어지는

금요일이 저무는 시간,

X와 Y는 한 짐 가득한 차로

여행길에 올랐다.

아직 여름은 한발 멀리 있고

봄이 뒷걸음치는 계절,

꽤 길어진 해가 아직은 밝아.

오랜만에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

정말 반갑구나.

Y는 창문을 활짝 열고 달리는 바람을

문지르며 눈을 감았다.

얼굴을 간질이고 가슴을 두드리는

시원함이 산뜻했다.


"어제 미리 짐을 챙겨놓기 잘했어.

퇴근하면서 바로 떠날 수 있잖아."

"그래, 안 그랬으면 밤늦게 출발했겠지.

더 힘들었을 테고. 지금 같은 여유를

못 누렸을 거야. 어쩜 내일 출발했을지도 몰라."

"그럼 1박 2일 일정이라 좀 아쉽지.

주말 이틀을 온전히 누리느냐 마느냐가 달렸으니."

"저번에는 낭비한 시간이 꽤 많았는데 이번엔 좋았어.

역시 내 사랑은 똑똑이야."

"그래? 크크 좋아 좋아.

내 사랑이 똑똑이니까 나도 똑똑이지."


밤의 열정을 쏟아내던 모닥불이 천천히 숨을 죽인다.

게슴츠레한 붉은빛으로 졸음을 깜빡거린다.

불똥이 파닥이며 어둠 속으로 날아가네.

X는 작은 막대기로 이리저리

불을 들추며 말했다.

"아, 여기에 감자나 고구마 구우면 딱인데..."

"그렇네, 미리 좀 싸 올걸 그랬다."

"뭐, 다음에 가져오면 되지.

불 피우는 것도 원래 계획에는 없었잖아.

"그러네, 아무튼, 오늘 우리 이렇게 함께라서

정말 기쁘고 감사하네. 행복해. 사랑해."

"나도 항상 내 사랑 고맙고 사랑해."


별빛이 숨죽이며 반짝거렸다.


세계가 잠든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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