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으로 다가온 카자흐스탄 해외 봉사 후기(2019.7.30.~8.5.)
몽골 봉사 때는
봉사지 근처 학교 기숙사를
숙소로 썼다.
철재 2층 침대가 나란히 있는
단체방을 썼는데
엠티처럼 복작복작한 재미가 있었다.
이번에도 그 정도 기대를 가졌던 터라
숙소 '알마티 호텔'은 그야말로 궁전이었다.
반세기 전, 구소련 건축양식을 품고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이자 중앙아시아의
금융중심지 알마티에서도 번화가 한가운데
자리 잡은 호텔은 왕관을 쓴 외모만큼이나
화려한 빛으로 한국 봉사단을 반겼다.
이 정도면 봉사할 맛이 나겠는걸.
첫날은 몽골에서처럼
오후 봉사만 하고
3일 동안 전일 봉사를 했다.
7.30(화): 인천 출발(18:10)~알마티 도착(22:05)
7.31(수): 오후 봉사
8.01(목): 전일 봉사
8.02(금): 전일 봉사
8.03(토): 전일 봉사
8.04(일): 현지 문화체험&알마티 출발(23:15)
8.05(월): 인천 도착(07:50)
봉사지는 알마티에서 차로 40여분 거리
탈가르 지역의 '탈가르 시립병원'이다.
(Central Talgar District Hospital)
현지인들은 알마티로 출퇴근했는데
우리는 반대로 알마티에서 출퇴근했다.
러시아워에도 차막힘 없이 편하게 통근했다.
안락한 출퇴근 승합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담소를 나누는 고급 살롱이자 선율이 흐르는 음악 카페였다.
때로는 흥겨운 리듬과 춤이 어우러지는 '아모르' 파티장이었다.
숙소에서 병원으로 향할수록
마천루는 차츰 모습을 감추고
넓은 들판과 옛 가옥,
소떼와 말떼가 인사를 건넨다.
곧 병원의 넓은 정원이 우리를 맞이하고
그 속의 꽃과 나무들이 초록빛 햇살을 반짝인다.
봉사 첫날 오전에는 봉사 대표단이
탈가르 시장을 만나 환영 인사와 선물 전달을 했다.
오후에는 알마티 총영사가 병원을 방문해
시설을 함께 둘러보고 격려를 해주셨다.
두 분 모두 이번 봉사가
앞으로 지속적인 나눔의 계기가 되는 바람을
감사 인사와 함께 전해 주셨다.
기본적으로 봉사 활동은 무료로 진행한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에서는 병원의 유료 진료와
봉사단의 무료 진료가 혼재된 시스템이었다.
병원에서 진료를 본 환자가 다시 봉사팀에
와서 치료를 받고 약을 타기도 했다.
병원 건물 2동이 연결된 구조였는데
한 동에 소아과, 내과, 외과, 치과와
초음파실이 1층과 2층에 자리했고
다른 동에 물리치료실과 한의과,
약국이 분산 배치되었다.
각 봉사 장소도 한 곳에 있지 않아
몇 차례 자리를 바꾸기도 했다.
사전 답사가 있었지만
첫 봉사지라 다양한
경우가 발생했다.
서로 이동 동선이 먼 낯선 장소였지만
단톡방 덕분에 물품 지원이나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여러 가지 상황에도
베테랑 봉사자들의 저력이 빛났으며
무엇보다 구석구석 발로 뛰며
봉사단을 든든히 받쳐 준
간사님들 덕분에 봉사가
무사히 끝날 수 있었다.
처음 만나는 현지인들과의
훌륭한 가교 역할을 해준
카자흐스탄 국립대학교와
아블라이한대학교
통역 학생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각종 어려움이
타노스 무리처럼 엄습해도
어벤저스 봉사단은 거뜬히 이겨 냈다.
어려운 환경에도 맡은 바 최선을 다한
한국 봉사단에게 현지인들은
따뜻한 말과 마음을 나누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참 많은 분들이 봉사 현장을 찾았다.
기대와 호기심으로 현지 의료진보다
우리 봉사단을 찾는 분들이 훨씬 많았다.
냉방 시설이나 커튼이 없는 환경에서
봉사단들의 얼굴은 알마티 사과를 닮아갔다.
넉넉히 준비한 차트와 의약품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제한적인 여건상 더 많은 만남의 기회를
나누지 못해 모두가 아쉬워했다.
한 봉사자는
우리 어벤저스 봉사단을
들꽃에 비유했다.
화려하지 않아도 자연 그대로
꾸밈없는 모습을 보이며
갖은 비바람을 겪어도
여전히 곱고 말간 모습을 간직한 들꽃.
누구 하나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았지만
머리와 얼굴이 땀으로 얼룩지더라도 곱고
환하게 웃는 얼굴이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
그 미소가 카자흐스탄의 들꽃을 닮았다.
봉사지가 시립 병원이라
한국 시설과 비교하게 된다.
서울시는 직영 시립 병원이 3곳이다.
(어린이병원, 서북병원, 은평병원)
특성상 첫 근무지였던 어린이병원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여기는
물리치료실이 4곳 정도 있었다.
운동치료실도 한국과 비슷한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몇 차례 자리를 옮기다가
물리치료실 공간 한쪽을 얻어
도수치료와 테이핑, 스트레칭을 해드렸다.
현지 의료진도 봉사 과정에 함께 했다.
주로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는
참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다.
그중 소아마미가 있던 아이와
교통사고를 당한 청년이 있어
정상운동발달에 따른
운동치료와 근신경학치료를 해드렸다.
나흘이란 짧은 기간에
내가 해드린 것은 별로 없는데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카자흐스탄인들에게
오히려 감사함과 보람을 느꼈다.
높은 하늘과 맑은 날씨 아래
살랑이는 바람결이 하루하루 봉사 일정을
지나온 봉사단에게 신선한 숨결을 건네준다.
조금은 지쳐있던 발길을 다시금 움직이도록
등을 다독여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공기가 습하지 않아 비교적 쾌적했다.
국가 면적 세계 9위의 넓은 나라여서
탁 트인 풍경이 우리를 감싸주었다.
남한의 27배, 서유럽 면적과 비슷하고
유럽과 러시아, 몽골과 중국을 잇는
유라시아 대륙 한복판에서
병원 저 멀리 보이는 만년설은
봉사단의 출퇴근길을 매일
마중하고 배웅해 주었다.
이제는 제법 일정에
익숙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