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요, 카자흐스탄 2

행복으로 다가온 카자흐스탄 해외 봉사 후기(2019.7.30.~8.5.)

by 친절한 James

1. 다가감

2. 다가섬

3. 다가옴

4. 다가듬

5. 다가봄



2. 다가섬


날씨는 참 맑았다.

익숙하지만 또 낯선 설렘.

해외 봉사를 떠나는 시간 속에는

기대와 불안, 약간의 떨림이 숨어 있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활주로에 들러붙던 중력가속도를

공항에 훌훌 벗어두고 고도를 높여간다.

어느덧 구름의 간섭을 벗어난

순수한 여름놀의 질감이 창문을 문지른다.

항상 땅에 발을 붙이고 살던 일상을 떠나

아련한 꿈의 공간으로 들어서는 순간,

첫눈처럼 새하얀 구름바다를 바라보며

아득한 기억 속 세계로 천천히 잦아든다.


모든 연도가 그렇겠지만

2019년은 특별한 해다.

이번 봉사와도

관계가 깊다.


2019년은

일제강점기에 한국인의 독립 의지를

세계만방에 떨친 3·1 운동,

대한민국의 정통성이자 정체성인

임시 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1920년대,

갈수록 극심해지는 일제의 탄압을 피해

러시아 연해주로 떠나는 한인이 급증했다.

한때 블라디보스토크 농촌인구 중

25% 정도는 한인이었다.

비록 이민보다 피난에 더 가까운 이동이었지만

이곳은 한반도와 접해 있어서

언제든 고국으로 돌아가기 쉬웠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시절,

고려인과 혁명군은 생사를 함께 한 동지였다.

함께 힘을 합쳐 일본군과 싸웠다.

혁명은 성공했고 소비에트 연방이 태어났다.

그럼 고려인의 삶도 조금 나아졌을까.

처음에는 연방 정부에서 세금 혜택도 주며

정착 지원을 했다.


하지만 세계정세는

손바닥 뒤집듯 돌고 돌아

러시아와 일본은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를

일촉즉발 위기상태로 대치했다.

날로 세력을 키우던 일제는

극동 침략이라는 야욕을 노골화했다.

러시아는 한인들을 일본 침략의 명분이라 여겼다.

일제가 고려인들을 자기 국민이라 칭하며

이를 빌미로 쳐들어올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

여기에 소련 정부는 황무지를 옥토로 만들며

자리를 잡아가는 한인들의 세력을 꺾고

동토를 개척할 노역으로 삼으려는

정치적 의도도 갖고 있었다.


1937년 스탈린은

극동지역의 한인들을 극비리에 학살, 협박하여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무작정 밀어 넣고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켜버렸다.

20만여 명에 이르는 한인들은

제대로 짐도 못 챙기고

종착역도,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야 했다.


40여 일이 넘는 긴 이동에도

제대로 먹지도, 쉬지도 못했다.

더럽고 좁디좁은 가축수송 열차 속에서

불안에 떨고 숨죽여 울며 끝을 알 수 없는

고난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 길 위에서 무려 500여 명이 넘는

고려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피폐한 생존자들은 대부분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등지에

떠밀려 내려야 했다.

삶의 기반이라고는 전혀 없는

낯선 혹한이 땅에서 그들은 살기 위해

목숨 걸고 생의 터전을 힘겹게 일구어야 했다.

한반도로 다시 돌아가려던 고려인들의 꿈은 스러져갔고

일제에게 주권을 빼앗긴 조선은 그저 속수무책이었다.

갖은 설움과 슬픔, 온갖 위협 속에서도 묵묵히

무에서 유를 만들며 삶을 이어온 그들을

위한 봉사 활동이 이번 일정의 의의다.

비행기로도 6시간이 넘는 거리를

열악한 기차 속에서 건너간

6,000여 Km의 길 위에

그들의 눈물과 한이

곳곳에 배어 있다.


어느덧 도착한 알마티 공항.

여기는 서울보다 3시간이 늦다.

현지 시각은 23시경이었으니

한국은 새벽 2시가 넘었을 무렵이었다.

얼른 짐을 찾고 숙소로 가려는 마음과 달리

봉사단이 가져간 의약품 반입이 제지당해

범죄자처럼 한동안 공항에 발이 묶였다.

아, 설마 우리가 마약이라도 가져왔을까...

물품 사전 통과를 허락한 공항 공무원이

퇴근해서 담당자가 내일 출근해야만

의약품 반입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우리 입장에서는

여긴 야간 담당 직원이 없나... 했는데

음, 독립국가연합(CIS) 국가의 관례인가.

다행히 한국과 카자흐스탄 업무 조율을 해오신

카자흐스탄국립대학교 교수님의 설득과 대처 덕분에

내일 아침 물건을 바로 찾는 선에서 해결되었다.

오, 카자흐스탄 입국 신고식 제대로 하는구나.


짐을 챙겨 공항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검은색 벤츠 밴을 타고 이동했다.

뭐, 자리는 편안하네.

공항에서의 홀대가 조금은 보상받는 듯하다.

차창 너머 풍경을 바라볼까.

몽골과 비슷한 듯 다른 풍경이 이채롭다.

몽골보다 나무가 더 많은 것 같다.

새벽이라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낯선 길을 바라보다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했다.

내일 일정을 간단히 점검하고

첫날의 피로를 다독여본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우리를 기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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