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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Jun 22. 2024

주말에 비가 내렸다

2024.6.22.

공기가 따끈따끈,

피부는 따끔따끔하네.

따가운 날씨가 이어졌다.

이제 긴팔을 입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휴대용 손선풍기도 벌써 윙윙거렸다.


평일에는 더웠는데

주말에는 비가 내렸다.

토요일 새벽, 그러니까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무렵부터

비가 내렸나 보다.

아침해는 멀리 출장 가 버리고

연회색으로 물든 비구름 뭉치들이

하늘을 한가득 채웠다.

비처럼 내리는 대기의 눈물이

땅 위에서 방긋 피어났다.

톡토독 톡톡 똑똑.

지구 중심을 향해 공중을 떠돌던

물방울들이 대지와 맞닥뜨리자

수직으로 날아온 자신의 몸뚱이를

수평으로 아낌없이 산산이 흩어냈다.

긴 여정의 끝을 축복하는 왕관을

잠시 썼다가, 화무십일홍이라,

영광은 찰나로 사라지고

몸과 마음은 흔적 없이

드넓게 퍼져나갔다.

잠깐 하늘로 뛰어오른 물은

하늘에 대한 그리움과

떠남에 대한 아쉬움을 품었다가

이내 마음을 돌리고 순리로 돌아갔으리라.


앞이 트인 고무 슬리퍼를 신고

작은 우산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우산 위로 빗방울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투명 우산이라 왁자지껄한 모습이 선명하다.

상큼발랄하게 터져오는 반가움이

귓가를 북처럼 두드려댄다.

발가락 위로 비 알갱이들이

새록새록 돋아났고

셀 수 없는 낙하수가 휘저은

공기의 일렁임이 볼에

봄꽃잎처럼 파르르 흩날린다.

한 손을 앞으로 쭉 내밀어 보았다.

손등에 빗방울이 쌓였다.

손을 뒤집어보았다.

손바닥에 물방울이 고였다.

아기자기한 동심원들이 생글거렸다.

주먹을 쥐었다 펴보았다.

또 그러네. 나도 따라 싱글거렸다.


반바지를 입고 나오길 잘했다.

빗방울은 발목 너머로 통통거렸다.

천천히 걸어볼까.

영화처럼 우산 없이 춤추며 걷기로 할까.

그럼 추울 것 같은데.

한 손에 우산 손잡이를 꼭 쥐고

살금살금 걸음을 옮겼다.

빗소리와 리듬을 맞춰보았다.

쿵 짝짝 쿵 짝짝

슬로 슬로 퀵 퀵~

재미있는걸.

발로 물을 찰랑거리며

바닥을 문질러 보았다.

촉촉한 기분, 좋네.

이번 주말에 비가 내렸다.


주말에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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