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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Jul 23. 2024

그녀는 전화해도 좋다고 했다

2024.7.23.


문득 그런 날이 있다. 

보고 싶은 날, 궁금해지는 날, 

또는 연락하고 싶은 날.

그 누군가는 잘 아는 사이일 수도,

잘 모르는 사이일 수도 있지. 

아직은 잘 몰라도 

알아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 

내 마음처럼 상대방도

그런 비슷한 마음일까,

알고 싶기도 했다. 

말을 걸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겠다. 

그냥 가볍게 인사를 건네볼까. 

무슨 표현이 좋을까. 

글을 쓰다 지우고 다시 써본다. 


비 내리는 저녁이다. 

어둠은 깊어가고 비는 진해진다. 

기다림이라는 건 기대하는 걸

마음속에서 잘 달여서 

빚는 시간이라고 생각해. 

두 손으로 동글동글 환을 뭉치듯

감정을 조물조물 주물러 궁굴리는 떨림. 

그 끝에 이어질 가느다란 인연 한 줄이

살랑거리는 것 같다. 

줄을 조금만 더 당겨볼까. 

팽팽해진다. 긴장되는 걸. 

반대쪽 끝에는 뭐가 있을까. 

어디로 이어져 있을까. 

창밖에는 밤비가 여전하다. 


고민하다 한 줄을 써서 보냈다. 

무심한 듯 툭. 

짧은 글 속에 

많은 생각과 망설임, 설렘을 

실어 보냈다. 톡톡. 까꿍. 

빛의 속도로 달려 도착한

글씨 조각들이 열릴 거야. 

전자 입자에 새겨진 메시지가

두둥실 떠올랐다. 

글은 떠났는데 마음은 계속 맴도네. 

읽을까 읽지 않을까 언제 읽을까. 

깃발처럼 솟아오른 '1'이 

가슴에서 나부낀다. 

흔들리듯 흔들리지 않던 숫자가

쏙 사라졌다. 


아, 얼마 지나지 않아 

반가운 답글이 아랫줄에 드러났다. 

웃음이 나온다. 

마음이 바빠진다. 

경쾌한 자판소리를 두들겨본다. 

화면에는 말풍선이 둥실 떠다닌다. 

내 기분도 그렇게 둥실거린다. 

별 거 아닌 이야기도 특별하지. 

빗소리 같은 떨림이

밤마다 파도처럼 물결친다. 

저 멀리 고기잡이 배의 불빛이 깜빡이듯

하고 싶은 말이 입 안에서 반짝거린다. 

등대처럼 환한 빛이 보이면 좋을 텐데.

아니다, 등대는 필요 없어. 

내가 불빛이 되어보자. 

곧 눈에 들어온 한 문장. 

그녀는 전화해도 좋다고 했다. 

통화버튼에 엄지를 문질렀다. 

귀에 익은 통화음, 

그리고 반가운 목소리. 

눈을 감고 그녀의 음성에 집중했다. 

맑은 향기가 머리를 감싼다. 

눈을 뜨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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