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8.
그녀는 날마다 같은 꿈을 꾸었다.
같은 풍경에 같은 사람이 나오고
같은 일이 생겼다.
언제부터였을까.
계절이 두 번 바뀌었으니
어림잡아 반년 가까이 되었을까.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줄 알았다.
드러나는 감정은 좀 잦아들었다.
문득 일상을 헤집는 예리함은 여전했다.
슬픔에 마음이 아리고 아팠다.
세월이 약이라는데 그러기엔
너무도 쓰고 시큰했다.
삼켜지지 않는 쌉싸름.
그녀와 그는 연인이었다.
그녀의 친구가 그녀에게
그를 소개했고
둘은 만남을 시작했다.
그들은 3년이 조금 지날 무렵까지
연인이었다.
교제를 이어갈수록 서로에 대한
감정이 더해졌지만 그녀는
그 깊이만큼 뭐랄까, 아쉬움이랄까,
실망 아니면 걱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마음이 조금씩 커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가슴 한구석에서 조금씩 스며 나오던
이런 느낌을 그에 대한 호감으로
메꿔 왔지만 이제는 그 틈새가
점점 더 벌어져서 좁혀지지 않았다.
오해를 가장한 다툼이 생겼고
화해에 이르는 간격이 조금씩 커졌다.
권태와는 달랐다. 그가 싫증 나지는 않았다.
무언가 거리감이 생겨났을 뿐.
그와의 만남이 처음에는 그녀의 일상에
특별한 흔적을 남기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삶이
닮고 깎여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유를 알 수 없기에 더 답답했다.
그는 사근사근한 편은 아니었으나
배려 있는 사람이었다.
덜렁대는 그녀를 잘 챙겨 왔다.
그의 행동이 크게 바뀐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미묘한 표정과 태도가
차츰 변한 것 같다고 여겨졌다.
최소한 그녀는 그렇게 믿었다.
오늘 새벽에도 그녀는 눈을 떴다.
시계는 아직 오전 4시가 조금 안 되었다.
꿈에서 그를 만났고 어디론가 떠났다.
낯설지만 익숙한 느낌이 있는 장소였고
같이 식사를 하던 중 다툼이 생겼다.
대화가 틀어지면서 감정이 격해졌고
그가 자리를 떠나버렸다.
그녀는 멀어져 가는 그를
따라가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몸부림치다가 잠에서 깼다.
이것은 그녀의 환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