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9.
"안녕히 가세요."
마지막 손님이 떠나고 난 뒤
울려 퍼진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
J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라면
그 말속에 아쉬움과 홀가분함이
공존함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J는 평소 감정 표현을 잘하지 않았지만
오늘만큼은 좀 달랐다.
1년 동안 해 온 아르바이트를
끝내는 날이니까 말이다.
고등학교 졸업 무렵부터 시작해
대학교 신입생 신분이 다할 즈음
계약이 종료되었다.
처음부터 1년 근무 조건으로 지원했다.
J는 유명한 테마파크 근처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겸 카페에서
주방보조를 했다. 주 업무는 설거지였고
식재료 손질이나 조리 보조도 겸했다.
학기 중에는 근로 시간이 요일마다 달랐다.
수요일은 오전부터 점심 이후까지,
목요일은 오전만, 금요일은 저녁 타임만 일했다.
토요일은 종일 근무였고 일요일은 쉬었다.
월요일은 식당이 쉬는 날이었고
화요일은 수업 때문에 일하지 않았다.
규모가 제법 큰 곳이라 직원이 많았고
근무 시간 조율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대학생 J에게 알맞은 환경이었다.
J는 말수가 적고 사교적이지도 않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맡은 일은 곧장 잘 해냈다.
처음에는 조금 느린 듯하지만
안정적인 일처리로 매니저의 신임을 얻었다.
원래는 설거지만 했는데 전반적인
주방일을 도우며 업무 범위를 넓혀나갔다.
어느덧 풍경은 1년 전과 비슷해졌다.
앙상한 나뭇가지마다 씁쓸한 설렘이
송이송이 피어나는 계절이 왔다.
날씨가 조금 풀린 어느 저녁이
바로 오늘이었다.
J는 일을 마무리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탈의실에서 나오니
매니저와 동료들, 그리고 사장이 모여있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참 잘해주었어. 고맙다."
사장은 J를 많이 아꼈다.
나이와 상관없이 정직원으로 채용해도
좋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1년을 휴학하고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려는 J를 막을 수는 없었다.
"많이 부족했는데 감사합니다."
이제 이 일도 다 끝났구나.
J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직원들이 돌아가며 아쉬움을 전했다.
모두가 달갑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유종의 미를 거두고 묵은 감정은
털어버려야지. 지나 보니 나쁘기만
한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
직원들은 수제 케이크와 꽃다발을 준비했고
사장은 고급 다이어리를 선물했다.
감사한 날들이었다.
모두와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J는 눈가가 아련해졌다.
잘 해냈어. 고마워.
옅은 미소가 번졌다.